“종이 한 장 안 받았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말 충남 당진에 있는 당진제철소 정문 앞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나눠주는 소식지를 받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며칠 뒤 정규직 노조는 A씨를 노조 사무실로 불렀다. 노조에선 그에게 “왜 소식지를 받지 않느냐”며 출입증을 반납하라고 했다. A씨가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노조 측은 그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A씨는 여전히 노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8일 전화통화에서 “출근 도장 찍기도 바쁜 아침에 노조 소식지를 받지 않았다고 출입증을 뺏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협력사 직원들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데 노조 소식지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출입증 회수 조치’는 수년간 이어져 왔다고 한다. 또 다른 협력사 직원 B씨는 2014년 말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노조에서 소식지를 나눠주는 줄 모르고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했는데 노조에서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전화가 수차례 왔다”며 “일부러 안 받은 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나서야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협력사 직원들은 최근 3~4개월 사이 소식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연락을 받은 직원이 최소 5명은 된다고 전했다. 한 협력사 직원은 같은 이유로 3개월 동안 출입증을 돌려받지 못했었다고 한다. 출입증이 없으면 차량이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사실상 ‘출입 제한’ 조치와 다름없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정규직 노조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다가 말을 바꿨다. 이달 초 정문을 지나던 차량이 소식지를 나눠주던 노조원을 끌고 간 일이 있어 출입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출입증 확인을 했지만 출입증을 회수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며 “소식지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입증을 회수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가 출입증을 회수할 권한이 없는데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회사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단독] ‘출입증 내놔’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의 갑질
입력 2016-03-3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