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한창이지만 호남 지역에는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원외 지역인 ‘험지’ 위주로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호남 지역에 만연한 ‘반(反)문재인’ 정서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30일 오전부터 대구, 포항, 경주, 울산 등 경남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 후보자들의 유세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22일부터 경남 창원, 울산, 부산, 수도권, 강원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다. 제1야당 유력 대선후보라는 ‘브랜드 효과’를 십분 발휘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광주 등 호남 지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직 떼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호남 지역의 ‘반문’ 정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과 후보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탓에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광주 방문 때 문 전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서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강원도, 영남 지역 등 원외 지역, 흔히 말하는 험지 위주로 방문하고 있는 것”이라며 “야권 표를 다 끌어 모아도 될까 말까한 지역을 먼저 가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 지역 대선 후보 지지도 1위가 문재인”이라며 “호남 방문을 의도적으로 피할 이유는 없다. 방문 요청도 왔고 시기를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광주 지역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상당하다”면서도 “유력 대선후보가 ‘야권의 심장부’ 방문을 꺼린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지역 여론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어 당이 고민에 빠질 것 같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문재인, 호남 딜레마…가자니 ‘반문여론’ 안 가자니 ‘심장부 포기’
입력 2016-03-30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