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된다. 여야 지도부는 각각 현충원 참배와 서울 동대문 상가 방문 등을 첫 일정으로 13일간의 선거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공선 선거 운동 전부터 정치권은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막장’ 공천과 재탕·묻지마 공약, 지역주의 조장 등 구태를 재연했다. 이 때문에 극대화된 정치 혐오는 유권자들의 투표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슈보다 선거공학만 앞세운 정치권이 건강한 정치 참여 기회마저 빼앗으면서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유권자를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없고 ‘정치공학’만 남은 형국이다.
서울대 박원호 정치학과 교수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선거 이슈가 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선거는 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논의하는 장이 돼야 하는 데 현재는 권력다툼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준 없는 패권공천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정치권이 곧바로 ‘차별론’이나 ‘단결론’ 등을 앞세워 망국적 지역주의를 끌어들인 것은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는 대표적인 행태라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 대통령론’을 불쑥 던지고,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충청권 표를 의식,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정치권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무책임한 복지 수요를 부추기는 역(逆)주행성 공약도 거리낌 없이 남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U턴 경제특구 설치’는 2012년부터 실행되고 있지만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재탕 공약이다.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균등지급 하겠다는 더민주의 공약 등은 정밀한 재원대책 없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의 ‘국회의원 국민 파면제’나 정의당의 ‘평균 월급 300만원’ 공약도 실현 가능성이 적은 선언형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구태뿐 아니라 원칙 없는 후보 연대 움직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각 정당이 후보 등록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시작된 선거공학적인 야권연대는 선거판 모든 이슈를 삼길 최대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선거 구태 재연이 유권자의 정치 혐오를 키우면서 이번 총선 투표율이 1990년대 이후 총선 최저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결국 기존 정당들을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정당 정치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이슈분석]수십년째 반복되는 선거구태에 등돌리는 유권자들
입력 2016-03-3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