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파워블로거의 말로' 사기극 벌인 사촌자매 나란히 실형

입력 2016-03-30 16:33

이른바 ‘파워 블로거’ 행세를 하며 40억원대 구매대행 사기를 벌인 고종사촌 자매가 나란히 실형 확정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24)씨와 사촌언니 장모(40)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어머니를 안심시키려는 박씨의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씨는 2013년 5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에게 30만원짜리 화장품을 선물했다가 “힘들게 번 돈으로 화장품을 샀냐”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인터넷 포털에서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홍보해주고 협찬 받은 물품이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박씨의 블로그는 10개 정도의 게시글에 방문자 200여명에 불과한 상태였다.

박씨 어머니의 입을 타고 파워 블로거라는 소문이 주변에 퍼지면서 상황은 엉뚱한 쪽으로 전개됐다. 구찌 가방부터 수입차까지 할인된 값으로 구입하려는 주문이 쇄도했다. 박씨는 자신의 돈으로 정상 가격에 물건을 사서는 할인 값에 지인들에게 건네야 했다.

사촌언니인 장씨가 끼어들면서 사기 행각은 가히 ‘기업형’으로 확대됐다. 박씨는 그 무렵 장씨에게 사실을 털어놨지만, 장씨는 “동생이 유명 포털의 파워블로거”라며 장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명품 시계와 가방에서부터 여행권 골프회원권 골드바를 싼 값에 줄 수 있다고 속여 예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듬해 8월까지 81명에게 모두 43억여원을 물품대금으로 받았다. 시가 18억원대 아파트를 60%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고 예치금 1억8400만원을 입금한 피해자도 있었다.

결국 공범으로 기소된 이들은 재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1심은 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장씨에게는 무죄를 내렸다. 장씨가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장씨를 주범으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언니가 닦달할까 봐 무섭지?’, ‘역시 내 수하야’ 등 장씨가 박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봤을 때 박씨가 파워 블로거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10여살 터울의 사촌언니가 동생을 회유했거나 강압적으로 일을 시켰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