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선용 양적완화 요구에, 이주열 한은총재 “나름 최선”

입력 2016-03-30 15:38
뉴시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 주택담보대출 분야에서의 한국은행 개입을 요구한데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직접 답변을 피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 총재는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다만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한 언급의 부적절성’을 강조해 구체적 입장 표명을 피해 갔지만, 한국은행 안팎으로 매우 불쾌하다는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재직 당시 한은 통화정책 개입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음은 이 총재와 기자들의 취임 2주년 간담회 일문일답. 새누리당 공약관련 질의 응답을 앞서 소개하는 등 순서를 바꾸고 질문을 압축했다.

-어제 새누리당에서 발표한 경제정책공약, 한은에 여러 가지 주문을 많이 했는데 어제 부총리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당사자로 보이시는 총재는 어떤 생각인가.
“이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요. 그와 같은 제안이라고 할까, 공약이라고 할까 그것은 한국은행이 구조조정 그 다음에 가계부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 하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시기나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그리고 새 금통위원과의 호흡은 어떻게.
“꼭 1년 전에 이런 자리에서는 내년에는 좀 더 다른 상황,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말씀하신대로 여러 가지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이제 2년 됐는데, 취임하고 나서 지금까지 어렵지 않았던 시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맞닥뜨린 문제들도 수월한 것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게 뭐냐고 물으셨는데, 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가장 어려웠다고 하는 것은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상황에 대한 전망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글로벌화의 진전, 그리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경제변수 간의 인과관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습니다. 상당히 흐트러졌습니다. 또 여기에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과 모두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의 충격 등이 가세하면서 우리 임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망의 오차를 줄이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같이 겪고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라는 것을 제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과 얘기하다 보면 실토하는 그런 어려움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거나 경제 주체들의 기대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한국은행의 정책대응에 대해서 여러 비판이 있는데 그런 비판도 바로 여기에 상당히 연유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3주후 정도면 임기가 개시됩니다. 앞으로 제가 저의 임기, 남은 2년 동안에도 새로 오시는 금통위원들과 지혜를 모아서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조 위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처해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적극 도모해 나갈 것이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사전에 경고하고 방지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경제주체들과의 소통강화에도 더욱 힘써서 정책 예측 가능성 그리고 신뢰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은 제공

-총재는 매파, 신임 금통위원은 비둘기파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매파와 비둘기파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가를 중시하면 매파라고 하고 성장을 중시하면 비둘기파로 칭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 각 금통위원은 나름대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들도 또 그럴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하고 시장에서는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들의 추천기관 그리고 과거 발언내용을 토대로 해서 정책 성향을 추측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금통위원들은 의사 결정할 때 추천기관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졌고 또 경제상황에 대한 뷰도 상황이 바뀌면 견해도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발언을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때 발언한 시점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그런 발언, 추천기관만 갖고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 것은 유의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기자께서도 시장에서는 저를 매파라고 본다고 했는데 저도 나름대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상황에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시장에서 왜 매파라고 할까, 그것은 아무래도 매달 금통위 결정이 기준금리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다 보니까 그 결정배경을 설명하다 보니까 그렇게 비춰진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늘 말씀드립니다만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통화정책은 소위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라는 말을 Yellen 의장이 즐겨 쓰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도 데이터 디펜던트 할 수밖에 없다, 즉 상황변화에 따라서 통화정책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분들도 여러분도 인정하듯이 경험이라든가 역량이 뛰어나고 전문성도 잘 갖춘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과 토의, 협의해 나가면서 정책 스탠스를 조율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한은 집행부도 금통위의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것입니다.”

-연초부터 금리인하의 코스트(cost)는 굉장히 분명한 반면에 금리인하의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얘기를 했다. 대내외 환경이 약간은 변화했는데 지금도 이러한 경기판단이 유효한 건가.
“그 발언은 2월 기자간담회 때 제가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 제가 어떻게 표현했느냐 하면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효과는 불확실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그때 이런 점을 강조한 것은 당시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했던 점을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때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심리위축 등으로 인해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더욱 제약받을 수 있고 자본유출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그런 취지였습니다. 지금 질문하셨듯이 최근에는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세도 진정되는 등 금융시장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 경제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 대외수요 부진 등 기준금리의 효과를 제약하는 근본적인 요인, 그 다음에 금융안정측면에서 가계부채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제가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시점에서 올해 성장률이 얼마나 더 낮아질까. 글로벌 금융불안이 완화되면 우리나라 통화정책 완화여지가 더 커지는 것인가.
“지난 1월, 2월의 국내경제상황을 보면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또 내수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4분기 성장세가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 더 부연해서 말씀드리면 유가가 반등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었고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등으로 인해서 국내금융변수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말 이후에 하락세를 이어오던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는 소폭이지만 상승을 했고, 그에 따라서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수출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2월 이후에는 전년동기대비로 봤을 때 감소폭이 소폭이나마 축소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금년 중 성장률은 연초에 전망했던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2/4분기 이후 성장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경제지표들을 좀 더 면밀히 짚어본 후에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금융불안이 완화되면 여지가 있느냐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아까 답변드렸던 것과 비슷한 취지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통화정책을 할 때는 금융불안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더해서 실물경기라든가 하는 것을 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물가 동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구체적으로 물가변동 설명책임을 어떻게 지실 건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 보면 저유가의 영향으로 인해서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이고 하반기에 가면 그 효과가 소멸되면서 상승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질문하셨듯이 최근의 물가흐름을 감안해볼 때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7월에 가면 설명책임을 이행해야 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 보도자료도 물론 배포하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든가 하는 방식을 통해서 설명해 나갈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임 금통위원들과도 상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1년 전에 만났을 때 시장과의 소통이 가장 아쉽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
“1년 전에 바로 소통이 부족하다고 하는 비판에 대해서 상당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평가는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제일 어려웠던 문제가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내다보는 게 제일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긋나는 게 거기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을 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전망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한 여러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것으로 보면 조직개편을 하면서 물가분석부라는 것도 신설을 했고 다양한 계량모형을 개발하고 모니터링을 더 많이 확충했습니다. 빈도라든가 주기라든가 대상, 여러 가지를 해서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갔다 이런 것들을 주요한 요소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매달 하는 기자간담회 때 나름대로 정책결정의 배경과 향후 정책방향 등을 충실히 설명하고자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소수의견의 내용에 더해서 위원의 실명을 즉시 공개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부공보관으로 채용해서 언론을 통한 시장과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몇 가지 노력에 힘입어서 시장과의 소통이 종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평가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왔던 대로 더 전망의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소통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나가도록 그렇게 노력을 하겠습니다.”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