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양적완화? 한국은 선진국과 달라"

입력 2016-03-30 15:01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은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란 취지로 말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저성장을 맞는 한국경제를 위해 보다 과감한 처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일관된 대답이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맡고 있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정책,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더해져야 저성장 기조를 벗어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2주년 간담회 모두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이제 제가 총재로 취임한 지가 2년이 다 됐습니다. 1년 전에도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제가 오래 전부터 간부들에게 2년이 됐다고 해서 이벤트성 행사는 일체 준비하지 않도록 지시를 한 바 있습니다. 오늘 간담회도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최근 국내외적으로 금융상황 또 경제상황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과 소통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의 소회 그리고 평소 제 생각을 중심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총재로 취임한 이후 지난 2년은 우리 경제는 물론 한국은행으로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MERS) 사태, 국제유가 급락,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의 경제 불안, 여기에 더해서 북한 리스크 등 예기치 못한 충격들이 연이어 발생하여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또 금융·외환시장도 그에 따라서 수시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처하여 통화정책 기조를 경제상황에 가장 적합한 수준으로 조정 또는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으며,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성장세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상승률도 목표를 장기간 하회하는 등 소위 저성장·저물가 현상을 지속해 왔습니다. 다만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에 힘입어서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향조정되는 등 긍정적 성과도 있었습니다.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그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하여서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행도 완화기조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우리의 경제상황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들 선진국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운영해 왔습니다. 먼저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부합되는 기준금리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덜하다고 해서 우리의 통화정책이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축통화인 이들 국가와는 달리 정책기조 완화에 따르는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지난 1, 2월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할 때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행 제공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난 3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에서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하겠습니다. 즉,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가면서 경기회복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으며 그 과정에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 2월에는 해외경제 여건이나 국내 경제지표들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었고 주요국의 통화정책기조는 추가로 완화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1/4분기 성장률이나 향후 경기와 물가 흐름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히 짚어봐야 하겠으며 그 결과는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만으로는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개최된 G20회의에서도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구조개혁, 소위 3박자가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성명서에 명시적으로 담은 바 있습니다.
내부경영과 관련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총재취임 이후에 안정과 균형을 되찾는 데 주안점을 두어 왔습니다만 금년부터는 효율성과 경쟁원리를 보다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인사·급여제도 개편 TF를 구성했고 며칠 전 은행의 집행간부와 국실부장이 인재개발원에 모두 모여 집중 토론한 결과를 기초로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할 계획입니다. 주요 방향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능력과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과 보수 등에서 우대하는 인센티브(incentive)제도를 더욱 강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또한 직원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전문가 활용을 확대하는 등 조직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데에도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근무시간 중 몰입도를 높여 업무가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시간외근무 등과 관련된 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음 달 하순 네 분의 현 금통위원의 임기가 끝나게 됩니다. 그간 열성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 주신데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곧바로 새로운 금통위원 네 분의 임기가 시작되는데, 신임 위원들 또한 경험과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기 때문에 금통위원으로서의 책무를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행부에서도 새 위원들이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여러분들도 성원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