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표 선녀 그림책 2탄

입력 2016-03-30 14:48

직장에 있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온다. 급히 처리해야 할 때문에 오도갈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발만 동동 거렸던 기억이 있는 직장맘이 얼마나 많은가. 이럴 때 선녀라도 짠하고 나타나 도와준다면?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씨가 그런 엄마들의 맘을 읽었다는 듯 선녀 캐릭터를 내세운 백희나표 그림책을 내놓았다.

선녀는 이미 ‘장수탕 선녀님’에서 등장시킨 바 있다. 전래동화에서나 나오던 케케묵은 선녀를 불러내 친숙한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만하다. 공주가 나오는 외국 애니메이션에 절어 사는 아이들이다. 거꾸로 선녀가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를 했단다. 호호를 부탁하려고 여기저기 전화했지만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마침내 전화가 연결됐다. 친정 엄마인 줄 알았지만 실은 엉뚱한 곳에 전화한 것이다. 하늘나라 할머니 선녀였다. 그런데도 대뜸 호호를 부탁받자, 선녀는 하는 수 없다며 호호네 집을 찾아 둥둥 구름을 타고 내려온다.

집에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데 호야가 현관으로 들어온다. 이상하게 생긴 할머니라 겁이 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따뜻한 목소리에 마음이 놓이는 호호. 선녀가 만들어주는 계란 국은 맛이 이상하고, 보글보글 끓는 우유에서 생긴 거품을 한 국자씩 떠내자 몽실몽실 구름이 거실에 떠다닌다. 선녀는 졸음 오는 호호를 푹신한 구름을 골라 재우고….

마침내 허겁지겁 엄마가 집에 오니 호호는 곤히 혼자서 침대에 누워자고 있다. 선녀 엄마는 어디 간 걸까. 말없이 돌아가는 선녀 할머니의 뒷모습이 든든하다. 동화 속 환상 캐릭터 ‘선녀 엄마’는 마음씨 착한 이웃집 아줌마, 할머니일수도 있을 것이다.

쭈글쭈글 할머니가 선녀 머리를 하고 있어 코믹하다. 선녀는 젊고 예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