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류재준 "예술위 공연지원사업 심사에 외압" 의혹 제기

입력 2016-03-29 19:50
현대음악 작곡가로 서울국제음악제 음악감독인 류재준(45)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 공모사업 심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류씨는 29일 페이스북에 ‘국가 예술 지원의 비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를 위해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행사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불행하게도 선정되지 못했다”며 “처음에 서울국제음악제가 아직 사람들의 눈에 들기엔 좀 미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업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과의 대화를 통해 뭔가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심사위원의 증언에 따르면 서울국제음악제가 1차 심차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2차에 올려졌는데 최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사위원이 선정한 항목을 마음대로 제외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지원한다는 이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물으며, “제가 난파상을 거부하면서 보여 주었던 항일인사로서의 면모 때문이었을까?”라고 추측했다. 류씨는 지난 2013년 작곡가 홍난파를 기리는 제46대 난파음악상 수상자로 뽑혔으나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아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예술위의 이번 공연예술행사지원 심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은 심사위원들에게서도 나왔다. 통신사 뉴스1은 심사에 참여한 복수의 심사위원들이 “예술위가 2차 심의 과정이 다 끝나기 전에 이미 지원금액까지 배정한 최종 선정 축제 목록을 배포하고, 이 목록에 서명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일부 심사위원이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고 예술위의 담당 직원은 “죄송하다”며 “국회에서 로비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 심사위원은 “지난해 지원된 축제들도 일부 국회 로비를 통해서 들어온 것들이 있는데, 이 축제들은 올해도 자동으로 지원이 된다”며 “올해 추가로 뽑힌 축제들은 국회 로비를 통해 새로 들어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뉴스1에 전했다.

예술위는 서울국제음악제에 대해서 “신규사업으로서 1차 심의에서 후보자로 2심에 상정됐으나 2심에서 지원대상 우선순위에 들지 못해 선정되지 못했다”며 “1차 심사에 총 46개가 선정됐고 1차 평점 순위에 따라 최종 39개를 선정했는데, 선정사업은 84.9점 이상을 받았지만 서울국제음악제 83.75점으로 집계됐다”고 해명했다.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예술위는 “국회 외압 논란은 서울 중심보다는 지역문화예술의 균형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가 있었음을 심의위원들에게 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