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육룡이 나르샤' 신세경, "다시 못할 로맨스 해봤다...나도 분이 연모"

입력 2016-03-29 19:25
사극에서 여주인공은 대체로 다양한 신분의 변화를 겪는다. 기생이었다가 후궁이 되거나 노비였다 궁녀가 된다. 대개 극적인 존재다.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배우 신세경이 연기한 분이는 달랐다. 끝까지 평범한 백성으로 남았지만 결코 운명에 안주하지 않는 혁명가였다.

‘육룡이 나르샤’의 여주인공 신세경을 2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나 종영 소감을 들었다. “제가 분이를 연모했어요. 실제 저는 분이랑 성격이 정반대예요. 겁도 많고, 제 의견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더 끌렸던 캐릭터이고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유아인(이방원 역)과의 로맨스는 어땠을까. “보통의 로맨스와 달라서 좋았어요. 연인 이상으로 서로에게 주는 영향이 크고 깊었잖아요. 두 번 다시 못해볼 멜로라는 생각이에요.”

‘육룡이 나르샤’가 이방원을 미화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신세경은 “유아인씨가 연기를 너무 잘 했기 때문에 나온 논란인 것 같다”고 했다. “유아인씨 연기가 설득력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이는 그대로 끔찍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도 이방원을 미화하려고 한 게 아닌 거라고 알고 있고요. 드라마는 드라마니까요.”

함께 한 배우들이 쟁쟁했다. 김명민은 의외로 현장에서 너무 재밌어서 많이 웃게 한 선배였다고 한다. 멜로 상대였던 유아인에 대해서는 “매우 섬세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저를 보면 제 컨디션이 어떤지를 알더라고요. 제가 놓치는 감정까지 잡아내는 섬세함이 있었어요. 정말 센스 있는 배우예요.”

8개월에 걸친 50부작 드라마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산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화장실 찾기가 힘들어요. 차를 타고 나갔다가 와야 하니 물 한 모금도 안 마셔야지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아메리카노는 절대 안 돼요. 나중엔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미니시리즈보다 덜 힘든 면도 있다고 했다. 미니시리즈는 주인공 몇 명에 집중되는 반면, 사극은 등장인물이 많아 촬영장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분이는 극 중 끝까지 살아 세종의 태평성대를 경험한 인물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백성 분이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분이가 안 죽고 이도(세종)를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게 뭉클했어요. 희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서요.”

분이는 시청자들에게 ‘정치의 근본은 백성’이라는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해준 인물이기도 했다. 신세경의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한 몫을 했다. ‘뿌리 깊은 나무’에 이어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신세경은 두 작가들에게 이미 깊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박 작가는 “분이 대사를 쓸 때 세경씨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작 신세경은 스스로에게 다소 박한 점수를 줬다. “제 연기요? 55점이요. 제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에요.”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