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범(63) 경기도 하남시장의 권력형 비리 범죄에 친동생, 사돈, 측근까지 가담해 사리사욕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시정(市政) 최고책임자의 비호 아래 사업 인·허가, 공장 증축, 공무원 승진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이라고 평했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시장을 구속 기소했다. LPG충전소 사업 신청자 최모(62)씨 등 4명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하남지역 개발제한구역 내 LPG충전소 인허가 과정을 둘러싼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를 벌여 이날까지 이 시장과 그의 친동생(57)을 비롯한 6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시장은 2011년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경기도의원의 부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개발제한구역 내 LPG충전소 허가 적합 부지를 물색하고, 사업허가를 위한 배치계획 고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도의원이 충전소 사업을 포기하자 친동생의 동서인 정모(54)씨, 하남시 시정인수위원을 지낸 측근 신모(51)씨를 통해 LPG충전소 사업자 최씨에게 사업 정보를 누설한 혐의도 있다. 이 시장은 충전소 부지를 약 23억원에 매수한 최씨에게 LPG충전소 허가를 내줬다. 검찰은 이 시장의 사돈인 정씨와 신씨를 ‘인허가 브로커’로 규정했다.
이 시장은 이 대가로 2014년 11월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이던 자신의 범인도피교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 2000만원을 브로커들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비서실장에게도 변호사 선임비용 550만원을 대납시켰다. 이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지난해 11월 성남지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남시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이 시장의 친동생은 “형에게 부탁해 개발제한구역에서 토지형질 변경 및 공장 증축 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며 공장 소유자로부터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미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시장의 사돈 정씨는 하남시청 공무원 승진 청탁 대가로 2000만원, LPG충전소 허가 관련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뒷돈으로 챙긴 현금 가운데 5000만원을 차명계좌에 넣어 은닉한 뒤 전세보증금으로 썼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금품제공자에게 바로 사업허가를 내주는 대신 행정소송이란 우회 방법을 쓰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해당 업자가 사업허가 신청을 내면 “배치계획이 없어 사업을 불허한다”는 사유를 들어 불허 처분을 내렸다가 업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부실하게 재판을 수행해 패소하는 방식이다. ‘배치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악용한 수법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시장과 그 동생, 사돈 및 측근이 개발제한구역 내 인허가 이권에 지속적, 전방위적으로 개입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자체장을 정점으로 한 지역 토착세력 비리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인 이 시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 80억3134만원을 신고해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토착비리의 절정' 이교범 하남시장과 그 무리들
입력 2016-03-29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