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스페셜리스트 대신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연주자 되고 싶다"

입력 2016-03-29 18:12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서울시향 제공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8)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아끼는 젊은 연주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진은숙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가 올해 10주년 공연에 그를 협연자로 초청한 것은 그에 대한 높은 평가를 보여준다. 3월 3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4월 5일 LG아트센터에서 각각 열리는 ‘아르스 노바’ I&II 공연에서 그는 어렵기로 소문난 리게티, 살로넨, 뒤티외 등 현대음악 거장들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앞서 진은숙은 지난해 권위있는 파리가을축제가 자신을 집중 조명하는 무대에도 그를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협연자로 내세운 바 있다.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2012년 한 번도 뵌 적 없는 진 선생님에게 용감하게 이메일로 곡을 의뢰했다가 바로 퇴짜를 맞았었다”며 “이듬해 한국에 왔을 때 ‘아르스 노바’를 보러 갔다가 선생님을 직접 뵙게 된 이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진 선생님은 정명훈 선생님께 제 얘기를 이미 들으신 적이 있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계 독일인으로 이름 ‘이상’은 한국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약한 작곡가 윤이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윤이상이 양국의 음악적 연결고리가 된 것처럼 그가 오르가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독일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 어머니를 잇는다는 점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배우는가 하면 한국어 어학연수도 했을 만큼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그는 “내 절반의 뿌리는 한국이기 때문에 독일어만큼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한 그는 9살 때 본격적으로 첼로를 선택한 이후 빠르게 주목받았다. 특히 20세인 2008년 10여년간 공석이던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에 영입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좋은 솔리스트가 되려면 기량만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심포니와 오페라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자로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특히 첼로의 경우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솔로를 위한 곡이 적어서 아쉬운데, 그런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어린 나이에 수석이 되어 나이든 단원들을 이끄는 데서 무거운 중압감을 느꼈다. 그리고 조직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연주 활동을 하고 싶어서 2012년 솔리스트를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솔리스트로서 수많은 페스티벌과 콘서트홀의 초청을 받고 있다. 이미 2개의 음반을 냈으며 올해 세 번째 음반을 준비중이다. 또한 정명훈, 주빈 메타, 엘리아후 인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 슐레비히 홀스타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의 협연자로 연주했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던 오케스트라 단원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바쁘다. 연주 의뢰가 많아질수록 좀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면서 “그래도 자유를 누리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흔히 연주자에겐 어느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는 꼬리표가 붙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바로크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특정 시대나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모든 음악을 잘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어려운 길이지만 그렇기 되기 위해 노력중이다”면서 “현대음악의 경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과거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곡 역시 당시엔 현대음악이었다. 다만 스트라빈스키나 말러의 여러 작품을 포함해 음악 가운데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작곡되는 곡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알려야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