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위기아동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책이 빠져 있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모교육 강화하지만 ‘권고’ 수준=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가장 강조한 것은 ‘부모교육’이다. 학창시절부터 결혼, 육아에 이르는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먼저 고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예비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초·중·고 교육과정에 부모교육 관련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대학에서도 교양과목에 부모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혼인신고를 할 때 부모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의 내부 프로그램에 부모교육을 넣도록 권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렇지만 부모교육 정책이 강제성이 있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대부분 민간에 ‘권고’하거나 ‘유도’하는 식이어서 콘텐츠를 충분히 갖춘 부모교육이 실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외계층의 부모가 이런 교육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복합적 문제를 갖는 취약가정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시범사업으로 계획 중인 ‘맞춤형 멘토링 서비스’ 대상은 100가구에 불과하다.
◇아동보호 인프라 투자 안 보여=전문가들이 요구해온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 등 아동보호 인프라 구축은 이번 대책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현재 학대 신고를 받고 아동을 보호하는 일은 민간기관인 아동호보전문기관이 맡고 있다. 전국에 56곳이 있는데 1곳당 평균 9명의 상담원이 근무한다. 1인당 약 1만8000명의 아동을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하반기에 긴급한 현장대응 조직과 인력을 늘리겠다”고만 발표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하반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2~3곳 늘리고 인력도 현재 800명에서 900명으로 100명 더 늘리기 위해 재정 당국, 법무부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예산(약 15억~20억원)을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과 인력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 빠져 있어 실행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역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교, 보건소, 병원 등이 어떻게 협력체계를 구축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빅데이터로 ‘학대 아동’ 먼저 찾는다=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아동을 발굴하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학대 가능성을 예측하는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를 이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입양기관 종사자 등 3000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24개 직군에서 168만명이 신고 의무를 지고 있다.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았을 때의 과태료(500만원) 이하도 철저히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신고의무를 위반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2건에 불과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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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30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