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객기 피랍, 연인 문제 때문에 빚어진듯

입력 2016-03-29 17:13 수정 2016-03-29 19:15
29일(현지시간) 공중피랍된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키프로스 라르니카 공항에 착륙해 있다. 여객기 앞에서 터미널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버스에는 피랍기에 타고 있다가 풀려난 여성과 어린이 등 승객 수십 명이 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81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29일(현지시간) 20대 남성에 의해 공중 납치돼 키프로스에 비상착륙했다. 이번 피랍은 테러와는 무관한 연인 문제 때문에 빚어진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피랍 항공기는 오전 8시 알렉산드리아 공항에서 이륙했으며 공중납치된 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CNN은 조종사의 말을 인용해 “폭탄을 몸에 두른 1명이 납치극을 벌였다”고 전했다. 당초 범인은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자고 요구했으나 조종사가 “기름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기수를 키프로스로 돌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납치범은 착륙 뒤 가장 먼저 여성과 어린이를 여객기에서 내리도록 허용했으며, 이후에도 승객들을 더 내리게 한 뒤 최종적으로 7명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벌였다.
납치범은 이집트 국적의 이브라힘 사마하(27)로 파악되고 있다. 키프로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테러와 무관하며 납치범이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납치범이 키프로스에 살고 있는 전 부인에게 전해달라며 아랍어로 적힌 편지를 비행기 밖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납치범이 전 부인과 연락하고 싶어서 사건을 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납치사건으로 이집트 공항의 허술한 보안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시나이 반도에서 러시아 국적 여객기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한지 5개월 만에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집트 정부와 공항 당국은 국제사회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0월 31일 러시아 항공사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홍해의 휴양지 샤름엘셰이크 공항을 이륙한 지 20여분 만에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폭발해 추락해 탑승자 224명 전원이 숨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조사결과 여객기 내부 좌석 아래에 폭발물이 설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