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4세 여자 아이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만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추모 물결과 함께 사형제 폐지 논란도 재연될 조짐이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 타이베이시 네이후구 환산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류모양은 왕모씨의 흉기 공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류양은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점심 식사 장소로 향하던 길이었다.
류양의 엄마는 기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흐느끼며 말했다. 류은은 엄마 1m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보도 턱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자 뒤에서 한 남성이 다가 왔다. 처음에 엄마는 애를 도와주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성은 뒤에서 아이를 흉기로 찌르고 머리를 베었다. 가까운 거리라 달려가서 범인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힘이 워낙 세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비명 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힘을 합쳐 범인을 제압하고 경찰에 넘겼다. 일부 주민들은 범인 호송 중에 “양심은 있느냐” “죽여라”라고 소리치며 달려들기도 했다.
류양의 엄마는 피투성이가 된 딸을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그는 “이 사회가 이렇게 위험한지 몰랐다”면서 “우리 아이가 묻지마 살인의 마지막 피해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녀가 살해당한 현장에서 무릎 꿇고 “사회가 병들었다”고 울부짖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왕모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2014년 이후 한번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확인했지만 “정신병이 있다고 입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진료 당시 왕씨는 마약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혈액 검사 결과 마약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왕씨는 경찰에 희생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였고, 당일 오전에 식칼을 구매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발생 장소에는 촛불과 함께 꽃과 장난감 등이 놓이는 등 추모 행렬이 이어 놓는 등 추모에 나섰다. “작은 천사야 편히 쉬어, 오빠가 천당에 가서 너를 찾아 같이 놀게” 등 추모 글도 나붙었다.
이번 사건으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조짐이다. 한 시민은 “사형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사형제가 없다면 저런 흉악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은 국민당 중심의 사형제 존속파와 시민사회 중심의 사형제 폐지파로 나뉘어 논란이 많았다.
지난 4년 동안 대만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묻지마 살인이 4번이나 있었다. 지난해 타이베이시 한 초등학교 화장실에 괴한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8세 여자 아이를 살해했다. 2012년에는 타이난시에도 한 비디오 게임 아케이드 화장실에서 10세 남자 아이가 칼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4세 여아 묻지마 살인에 대만 충격, 추모 행렬 속 사형제 폐지 논란 재연
입력 2016-03-29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