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고향, 이스라엘…성지순례, 다시 꽃피울 길 없나

입력 2016-03-28 20:42 수정 2016-03-28 20:55
지난 17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시가지인 다윗성 근처를 지나고 있다. 65개국 3만여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풀코스(42.195km) 부문은 케냐의 캅코스게 샤드렉(25)이 2시간15분 33초로 우승했다.
예수님이 주로 사역하셨던 갈릴리 호수 근처 가버나움을 찾은 한국인 성지순례객들.
성지순례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예수무덤교회. 인근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테러로 인해 한국인의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줄어드는 성지순례 다시 꽃피울 길 없나

예수님이 태어나시고 사역하신, 성경의 주무대 이스라엘. 수천 년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성지순례는 크리스천의 신앙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해외여행자유화가 시작된 1989년 2000여명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이스라엘 성지순례 숫자는 2010년엔 3만8000여명이 될만큼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이후 이집트 타바사건을 계기로 순례객이 줄기 시작해 지난해엔 2만3000여명이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 이스라엘 성지순례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지난 3월 1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제6회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전세계 65개국에서 온 3만여명이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예루살렘을 달리며 성지의 감동을 새롭게 누리는 시간이었다.

풀코스(42.195㎞)와 하프코스 이외에도, 10㎞, 5 km, 온 가족이 참여하는 패밀리 런,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런,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핸드바이크등 7가지 다양한 종목으로 이루어진 예루살렘 마라톤 대회는, 직접 마라톤에 참여하는 마라토너들 뿐만 아니라 거리마다 마라토너들을 응원하고자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곳곳마다 예수의 숨결이 묻어있는 예루살렘의 공기를 마시며 성지를 직접 달리는 느낌은 실제 참여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올드 시티의 길, 차도 상인도 없는 곳에서 오롯이 달려나가는 그 순간은 색다른 깊이와 묵상을 체험하게 할 또 다른 성지순례가 될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열리는 예루살렘 마라톤은 3월 17일이며, 등록과 관련 내용은 예루살렘 마라톤 홈페이지(http://www.jerusalem-marathon.com/) 또는 이스라엘관광청(02-738-0882, igtoseoul@naver.com)으로 문의가 가능하다.

올해 예루살렘 마라톤 대회에 한국인 참가자가 단 2명, 그것도 공식 참가신청자가 아닌 취재차 참여한 기자단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웃 중국만 해도 200명이 넘는 인원이 직접 마라톤 참가신청서를 내고 성지의 감동을 체험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이는 한국이 이스라엘을 여전히 여행위험 국가로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한국의 해외여행인구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위축되고 줄어드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2014년 2월, 발생한 이집트 타바지역 버스테러사건과 무관치 않다.

한국 성지순례객들이 ‘출애굽여정’이라고 부르며 주로 이용했던 이 코스는 시내산을 다녀온 뒤 버스편으로 이스라엘 국경을 넘는 코스였으나, 사실 이곳은 이집트 반정부단체 밀집지역으로 외국 성지순례객들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다. 이 사건의 여파와 더불어 최근, 인근 터키에서 자주 일어나는 폭탄테러가 이스라엘 성지순례까지 꺼리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스라엘을 아는 분들이라면 안전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는다.때로는 지나치게 철저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이스라엘 공항 및 국경검색 들이 이스라엘 내국인과 관광객에 대한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성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성경 속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니거나, 짧은 일정 속에 그리스 터키 요르단 등 인근 국가 방문을 다수 포함시켰던 것도,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데 방해물이 되어왔다.

이스라엘 성지의 대부분은 개신교회가 아닌 가톨릭교회, 라틴교회, 콥틱교회, 아르메니안교회 등으로 나눠져 생경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예수님이 계시던 로마시대 이후의 비잔틴(4∼7C), 아랍(7∼12C), 십자군(12∼14C), 맘룩(14∼16C), 오스만터키(16∼19C) 시대에 성지의 역사를 잘 모르면 성지에 대한 이해와 감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스라엘관광청 서울사무소 서승현(34) 대리는 “이스라엘에는 매년 350만명의 해외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휴양이나 일반여행, 성지순례, 비지니스 등 방문목적은 다양하지만 성지순례객들의 경우 일주일 이상 이스라엘에 머물며 충분히 성지에 대한 묵상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국내 여행사들의 성지순례 상품도 다양화 되고 있지 못한 점, 이스라엘로 향하는 항공기 선택의 폭이 좁은 점, 여행사간 가격경쟁으로 인한 여행의 질적 저하 등도 성지순례의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한국도 최근 광야체험이나 유월절행사 체험, 허니문 상품 등 색다른 성지순례 상품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더 깊은 영성 체험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지순례 전문여행사인 다비드항공 이윤(46) 대표는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다 맞춘 상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애로가 있다”며 “성지를 성경과 연결해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해박하게 잘 설명하느냐에 따라 호응이 엇갈리기에 가이드 선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성지순례가 점점 상업화되는 부분을 지양하고 과거의 땅만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는 역사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는 어느 종교나 깊은 신앙심의 표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근원지를 찾아 믿음을 되새기는 것은 신앙생활의 쇄신과 내적 변화를 제공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성서학자인 김형종(58·주엔바이블칼리지 총장) 박사는 “‘회심의 여정’으로 불리는 성지순례는 신자들에게 영성을 깨우는 계기가 된다”며 “중요한 기독교 성지순례를 여행사 프로그램에만 의존할 것이 아나라 한국교회 차원에서 심도있게 연구해 영성이 넘치는 성지여행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