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던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투수 유희관이 돌연 상의를 벗고 개그 프로그램의 안무를 응용한 ‘니글니글’ 댄스를 췄다. 키 180㎝, 체중 90㎏대 거구의 굴곡진 몸매가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옷을 벗긴 동료는 김현수. 유희관의 상의 탈의는 김현수가 지난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혔던 우승 공약이었다. 김현수의 우스갯소리는 7개월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었다.
프로야구 10개 팀 스타플레이어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공약을 말했다. 지난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유희관을 의식한 듯 탈의 공약이 많았다. 5개 팀에서 탈의 공약이 나왔다. 팀마다 다른 전력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50%의 확률로 누군가는 옷을 벗는다.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kt 위즈의 박경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공약했다. 박경수는 “우리가 5강에 진입하면 최고 인기 선수 이대형의 옷을 벗기고 마운드에 허수아비처럼 묶겠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황재균이 말한 공약도 탈의였다. 황재균은 “우리가 우승하면 (유)희관이형 몸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우리에겐 더 큰 거구가 있다”면서 팀 내 선배 최준석을 지목했다. 최준석은 키 187㎝, 체중 130㎏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높은 순위에 올랐던 팀일수록 탈의 공약이 과감해졌다. SK 와이번스의 김광현은 “우승하면 27명 전원 상의를 탈의하고 야구장을 한 바퀴 돌겠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차우찬은 “올해 (류중일) 감독까지 속옷만 입고 춤을 추겠다. 아직 대답을 듣진 못했지만 우승하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의 오재원은 “어차피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라고 전제한 뒤 “90년생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가 우승 기념으로 속옷만 입고 스카이다이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발한 공약도 있었다. LG 트윈스의 류재국은 “우승하는 순간 외야 담장이 열리면서 이병규 선배가 말을 타고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같은 팀의 베테랑 박용택은 “구단 프런트에서 꼭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은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가졌으니 안전을 전제로 번지점프하겠다”고 약속했다. NC 다이노스의 이재학은 팀 내 최고참 이호준, 주장 이종욱의 섹시댄스, 한화 이글스의 안영명은 투수만 모여 김성근 감독 헹가래, KIA 타이거즈의 윤석민은 팬 한 명을 골라 소원 들어주기를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KBO 미디어데이] 유희관 ‘니글니글‘ 쇼크… 올해 우승공약 절반이 “탈의”
입력 2016-03-28 17:11 수정 2016-03-28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