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정책 대결은 좀처럼 힘을 못 받고 있다. 대신 ‘다여·다야’ 구도가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당 대 당 통합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지역별로 후보간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지 않고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밖에 없어서다. 새누리당은 ‘비박(비박근혜) 공천학살’ 이후 전·현직 의원 등 30명 넘는 후보들이 탈당해 무소속행을 택했다. 이들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여권 성향 표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선관위의 ‘20대 총선 후보자 명부’에 따르면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다야’(多野) 구도인 지역은 178곳이다. 이중 105곳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 전체 선거구가 122개인 점을 감안하면 10곳 중 8곳 이상에서 야당 후보가 둘 이상인 셈이다.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전부 후보를 낸 곳도 수도권에서 24곳이나 됐다. 더민주가 야권 연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반면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더민주가 국민의당 후보를 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단일화에 대한 더민주의 자세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지지층이 야권 성향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력기획본부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당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과거 총선 결과나 지지율 추이를 보면 낙관할 수 없다”며 “현재 지지율에서 10% 이상 빼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갑 새누리당 후보인 허용범 전 당협위원장도 “제3당의 후보들이 야당 표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여당 내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 사퇴는 선거 전날까지 가능하다. 다만 후보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다음달 4일 전엔 사퇴해야 한다. 투표용지 인쇄가 4일부터 시작되는데, 그 전에 선관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후보자 이름 옆에 ‘사퇴’라고 명기되기 때문이다. 이후에 사퇴하는 후보가 있으면 각 투표소에 공고하도록 돼 있지만 무효표가 많이 발생해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탈당파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곳을 ‘다여’(多與)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런 지역이 수도권에만 서울 마포갑, 인천 중·동·강화·옹진, 경기 성남 분당을 등 8곳이다. 안 그래도 야당 후보와 접전을 치러야 하는데 여당 표가 분산돼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지역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무소속 후보를 돕다 발각되면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탈당파가 12명에 달해 본선보다는 여당 내 집안싸움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이슈분석]총선 판세 가를 多與·多野 구도
입력 2016-03-28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