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⑥]종로, ‘정치 1번지’에서 여야 거물 맞대결

입력 2016-03-28 16:42

청와대를 품고 있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는 두 여야 거물이 정치인생 최대의 교두보 마련을 위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를 이기면 대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5선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도 오 후보를 누르고 생환하면 당내 입지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 28일 종로에서 마주한 민심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했다.

◇吳, 서울시장 경력 ‘양날의 검’=오전 9시30분. 출근인사를 마친 오 후보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서울 종로구 종로문화체육센터에 들어섰다. 정치권 입문 전부터 TV를 통해 얼굴을 알린데다 민선 서울시장을 2차례 역임한 오 후보는 스스로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발걸음이나 운동을 멈추고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체력단련장에서 만난 김병희(79)씨는 오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가 잘 나와서 좋다”고 격려했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만으로는 안된다. 도와주셔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센터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효자동에 사는 안금연(69·여)씨는 “시장을 해 본 사람이 국회의원도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철(59)씨는 “젊은 사람이 잘 돼야 한다. 대권도전도 적극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2년 무상급식 파동 당시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반감은 오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화동에서 만난 박모(85·여)씨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던지는 바람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이 되도 조금만 힘들면 그만둘 것 같아 믿음이 안 간다”고 했다.

오 시장은 종로 출마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장 재직 시절 제안했던 율곡로 개선사업과 신분당선 조기 착공 등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상 우위에 대해서는 “2010년 시장 선거 때도 크게 앞서다가 막판에 질 뻔 하지 않았느냐”며 “여론은 물결치듯 움직이기 때문에 끝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계신데…지금은 대선을 생각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丁, 당 신뢰도 회복·후보 단일화가 변수=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배식봉사에 나선 만난 정 후보는 “바닥 민심은 아주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5선 국회의원에 두 차례 야당 대표를 지낸 정 후보 역시 인지도 면에서 오 후보에게 뒤지지 않았다. 정 후보가 건넨 수저를 받아든 노인들은 “의원님 숟가락 주시느라 힘드시겠다” “힘드시니까 제게는 말씀 안하셔도 된다”고 격려했다.

복지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 후보가 ‘창신·숭인지구 뉴타운’ 지정을 해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숭인동 주민 김산승(79)씨는 “40년을 산 집에서 등 떠밀려 이사 갈 뻔 했다. 정 의원 덕분에 뉴타운에서 해방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창신동에 사는 이희우(68·여)씨는 “정 의원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큰 일을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더민주의 신뢰도다. 정 의원은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한 당의 노인 공약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한 7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번 속은 어른들이 또 속겠느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60대 이모씨도 “지금 야당을 보면 표를 줘도 되는지 싶다”고 했다.

야권연대도 정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와 주민 배심원 평가를 50대 50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은 결국 내게 사퇴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종로 재선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신분당선 착공을 비롯해 그동안 추진해온 일을 완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가 민심과 다르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어 오 후보를 겨냥해 “대선 이슈로 총선을 오염시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뉴스·KBS·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가 지난 20~23일 지역구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8.5%)에서는 오 후보(45.8%)가 정 후보(28.5%)를 17.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