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심장 정지가 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터키인이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순천향대병원 흉부외과 장원호 교수는 올해 1월 6일 병원 응급실에서 4번의 심정지와 심폐소생술로 사투를 벌이던 45세 터키인 타르칸씨에게 5일간의 에크모 치료를 시행해 생명을 살려냈다고 28일 병원측이 밝혔다.
타르칸씨는 당시 직장인 서울 이태원 터키 음식점으로 출근하던 중 가슴통증을 느껴 동료에게 연락 후 정신을 잃었다. 구급차를 통해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당시 타르칸시의 모습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응급실 의료팀이 산소 주입과 혈액 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 상황이었지만 10분이 지나고 타르칸씨의 맥박이 만져지지 않았다.
타르칸씨의 심정지를 확인한 응급실 의료진은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10분 후 자가순환이 되는 듯 했으나 이어 2차 심정지가 왔고 다시 10분 만에 호흡이 돌아왔다. 하지만 3차, 4차 심정지가 이어지면서 응급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응급실을 지키던 장 교수는 빠른 판단력으로 타르칸씨에게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를 시행했다.
5일간의 에크모 치료로 의식을 되찾은 타르칸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폐동맥 색전증이다. 장 교수는 타르칸씨의 다리에 생긴 혈전(피떡)을 제거하는 수술과 폐동맥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 치료를 병행했다.
타르칸씨는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병원에 가자고 전화를 한 후로 아무기억이 나지 않고 암흑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며 “생명을 구해준 의료진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폐동맥 색전증으로 인한 심장 정지는 사망률이 50% 이상으로 매우 높고 회복가능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며 “주로 다리의 심부정맥 혈전이 폐동맥으로 옮겨가 혈관을 막는 경우가 많고 호흡곤란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또 “한 자세로 오래 일하는 경우에는 압박 스타킹을 신거나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에크모는 환자의 심장과 폐 역할을 한다. 심폐 부전이나 심정지 등 위급 상황에서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 생명을 구하는 장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에도 감염자 6명에게 시행할 만큼 에크모는 위급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4번의 심장 정지 터키인 살려낸 의료진 '기적'
입력 2016-03-28 15:31 수정 2016-03-28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