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둘째딸 마리 관장에 공개 서한

입력 2016-03-28 14:24

고 천경자(사진)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는 28일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위작 사건의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아울러 위작 사건에 대한 법적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수순으로 공동 변호인단이 이날 발족됐다.

김 교수는 남편인 문범강 미 조지타운대 교수와 공동 명의로 된 이 서한에서 마리 관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우환 위작 사건은 작가가 살아있으니 작가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한 것과 달리 “미인도 위작 사건은 위작인지 진작인지 결정지을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따졌다.

김 교수는 미인도 사건은 작기 본인이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초지일관 표명한 것임을 주지시킨데 이어 “마리 관장은 미인도 사건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거나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편파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1년 문제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전시되면서 비롯된 이래 작가 사후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배경에 국립현대미술관의 힘이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인도 스캔들이 발생하자 현대미술관측은 즉각, 화상들의 단체인 화랑협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대미술관과 밀착된 이해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인 화랑협회 산하 감정협회는 감정기준 제1조 ‘작가의 말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를 스스로 위반하고 불과 7일 만에 진품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조직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는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작가를 의도적으로 탄압하려는 문화집단의 권력 행포”라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이 사건이 마리 관장 취임 오래전에 저질러진 사건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면서 “현대미술관이 어두운 역사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위작 미인도 사건 공동 변호인단을 통해 미술관, 사건 관련 직원, 미술관과 연계된 개인 및 이익단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사자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저작권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수사요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변호인단은 발족 취지문에서 “위작 미인도 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사건과 유사하다”면서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감하는 뜻있는 변호사들이 모여 발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유족의 소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를 비롯해 위철환, 오욱환, 박영수, 이삼 변호사 등 10명이 참여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