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동, 신태용호의 진공청소기로 맹활약

입력 2016-03-28 13:45

어릴 때 골목에서 제법 공을 찼다. 친했던 동네 형의 아버지가 “축구 하면 잘하겠다. 한번 해 봐” 하고 말했다. 이찬동(23·광주 FC)은 그렇게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태을초-서귀포중-청주대성고-인천대를 거친 이찬동은 무명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경력도 없고, 대학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2014 시즌을 앞두고 광주에 입단했다. 남기일 당시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았다. 그해 성적은 33경기 출장에 단 한 골. 그러나 골만으로 그의 플레이를 평가할 수 없다. 그는 무명이기에 더 열심히 뛰었고, 더 많이 희생했다. 한국 축구가 무명이었던 그에게 태극마크를 안긴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키 183㎝, 몸무게 80㎏의 다부진 신체조건을 갖춘 이찬동은 화려한 기술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몸싸움에 능하고 상대의 공격을 조기에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3월 그를 발탁했다. 지난해 3월 31일 치른 인도네시아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예선에선 데뷔골을 넣었다. ‘신태용호’에서 주전 자리를 잡아 가던 이찬동은 지난해 11월 6일 왼쪽 발등 힘줄에 염증이 생겨 수술대에 오르며 주춤했다. 당시 그는 어릴 때부터 왼쪽 발등에 가지고 있었던 뼛조각 네 개를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다.

이찬동은 수술 여파로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에 역전패하자 그는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신 감독은 알제리와의 2연전을 앞두고 이찬동을 다시 불렀다. 이찬동은 1차전에서 박용우(22·FC 서울)와 함께 ‘더블 볼란치’로 활약하며 알제리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찬동과 박용우를 더블 볼란치로 세운 것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신공(신나게 공격해)’을 선호하지만 이제 수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호들이 우글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탄탄한 수비가 먼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찬동은 ‘신태용호의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다.

이찬동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경쟁을 할 것”이라며 “화려하거나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보다는 적절한 패스와 상대차단으로 팀 동료들에게 공을 쉽게 연결하고 중앙 수비의 버팀목이 되도록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찬동이 28일 오후 7시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도 좋은 활약츨 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