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

입력 2016-03-28 11:44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탈북자 이민복(5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1991년 탈북한 이씨는 기독북한인연합회 등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2005년부터 대형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 사업을 시작했다. 2009∼2013년 5708개의 대형 풍선에 각각 수만장의 대북전단을 실어 날렸다.

북한은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남북 군사실무회담,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대북전단 살포 지점 타격과 이씨 살해 위협까지 나왔다. 실제 북한은 2014년 10월 10일 경기 연천군에서 이씨가 날린 대형풍선에 고사총을 쏴 남북간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이씨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전단 살포를 시도할 경우 군과 경찰을 동원해 제지해왔다. 이씨는 2014년 정부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의 제지가 북한의 포격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대북전단 제지가 대형풍선을 날리는 지역, 또는 풍선이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비닐로 만든 풍선을 야간에 날려 북한이 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2심 역시 “풍선의 개수와 크기, 횟수를 고려할 때 북한군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북한의 도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