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지하철 안에서 만취해 잠든 20대 여성을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팔을 주물렀다면 비록 여성을 도와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준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최모(당시 46세)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준강제추행죄는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건 아니다”며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자신을 무릎에 눕혀 팔을 주무른 행위는 최씨가 피해자를 도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한다 해도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2년 9월 28일 자정 무렵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술에 취해 잠든 A씨를 보고 옆자리에 앉아 머리를 받쳐 자신의 무릎에 눕힌 뒤 양팔을 주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최씨의 행동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방법이 적정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구체적인 행위, 주위의 객관적인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최씨의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를 도우려 했을 뿐이라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은밀하게 A씨의 몸을 더듬은 것이 아니라 심야의 전동차 안에서 바로 앞과 옆에 다른 승객이 보는 가운데 행동을 한 점 등을 종합할 때 강제추행의 고의로 범행을 했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지하철서 만취한 여성 무릎에 눕혀 팔 주무른 남성…대법, "강제추행"
입력 2016-03-28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