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안방 텃세는 강했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태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18년 전 ‘방콕 대참사’를 설욕했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지휘한 한국 대표팀은 27일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친선경기에서 전반 3분 공격수 석현준(25·FC포르투)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대0으로 승리했다. 석현준은 미드필더 고명진(28·알 라이안)의 스루패스를 받은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 외곽에서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이겼지만 진땀을 뺀 경기였다. 한국은 선제골을 넣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지만 태국의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대표팀의 전술, 전력보다 관중, 기후 등이 작용하는 안방 텃세는 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의 관중석은 킥오프 전부터 태국의 팀 컬러인 파랑색 유니폼, 깃발로 물결쳤다. 이 경기장의 수용인원은 3만5000명이다. 태국 관중들은 스마트폰, 손전등, 라이터를 켜 경기장을 불빛으로 수놓는가 하면 국가제창에서 대형 태국 국기, 코끼리 깃발을 펼치고 함성소리를 키웠다. 코끼리는 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중계방송을 진행한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은 “경기장 밖의 열기는 월드컵과 맞먹는다. 방콕에서 축구축제가 벌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태국은 홈경기에서 유독 강한 국가 중 하나다. ‘방콕에선 세계 최강 브라질도 울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한국이 태국과의 경기에서 당한 9패(31승 7무) 중 8패는 모두 원정경기였다. 킹스컵(태국 국왕컵) 패배가 대부분이지만 1966 방콕아시안게임 본선(0대 3 패), 1975 방콕아시안컵 예선(0대 1 패), 1983년 11월 LA 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1대 2 패) 등 중요한 경기도 있었다.
1998 방콕아시안게임 8강전(1대 2 패) 패배는 가장 뼈아팠다. 당초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8강전에서 태국에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했다. ‘방콕 대참사’로 기억되는 경기다. 한국은 18년 만의 방콕 원정에서 승리해 짜릿한 설욕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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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8 00:02 수정 2016-03-28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