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독자세력화 나서나

입력 2016-03-27 16:42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여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공천이 아니라 ‘악랄한 사천(私薦)’이며 비민주적인 정치숙청에 다름없다”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나는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며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 공천은) 정당민주주의의 파괴”라며 “이미 사당화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총선 이후 정 의장이 ‘친정’인 새누리당에 돌아가는 대신 ‘3·15 공천학살’ 이후 무소속 출마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세 규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회의장 취임으로 소속 정당이 없어진 정 의장의 ‘마이웨이 선언’에 ‘불공정 공천’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좋은 말을 했는데 오히려 점점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렇게 사당화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맹비판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정당에 들어가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이 편하게 살겠다고 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는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뭉개버린 것”이라고 했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 같은 꼴”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공천을 바로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사천을 하니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선 “공관위원장은 인격이 훌륭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번 공천으로) 새누리당은 사당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정 의장의 독자 행보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낙천한 현역 의원들의 계파 분류나 정치적 지향점이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탈당 이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의 생환율도 독자 세력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 의장은 막판까지 고사작전에 내몰렸던 유승민 의원에 대해 “당선돼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건 옛날 방식 아니냐”고 했다. 이어 “차라리 밖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지난 1월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 합류설’ ‘호남 출마설’ 등에 대한 입장을 촉구하며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개정 압박 수위를 높이자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