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틀 동안 광주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이 끝나자마자 호남을 방문해 민심행보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며 호남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야권 분열의 책임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물어 더민주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27일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 전남이 야당 분열을 만든 하나의 요인이 돼선 안 되겠다”며 국민의당을 정면 겨냥했다. 김 대표는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당이 분열로 갔다”며 “거기에 편승해서 호남 기득권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당을 분열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대권 욕심 때문에 야권 분열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전남 순천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경제콘서트에 참석해 “호남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특정인의 욕망에 편승하면서 마치 새로운 정치를 이룩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며 국민의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살리기 광주·전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여기 광주 전남에 와서 흔히 듣는 얘기가 뭐냐면 더민주가 4·13총선이 끝나면 옛날 같은 ‘패권주의 정당’으로 회귀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라며 “그런 상황이 절대로 오지 않도록 제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중앙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참 죄송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에 문제제기한 친노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날에도 김 대표는 광주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전남 분들은 내가 문재인 대리인 비슷하게(왔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운동권적 사고방식으로 당을 운영 못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삼석 후보 선거사무소개소식 축사에서는 “바지사장 노릇을 못한다. 특정인을 위해서 여기 와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고 해 문재인 전 대표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경남 양산 자택에서의 칩거를 끝내고 사실상 정치일선에 복귀해 김 대표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병관 후보를 지원하러온 부활절미사 자리에서 기자들이 김 대표의 ‘운동권적 사고방식’비판에 대해 묻자 “그걸 나한테 왜 물어보느냐”며 쏘아붙였다. 그는 지난 24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확장을 위해 진보, 민주화운동세력, 신(新)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한쪽 면만 보는 것”이라며 김 대표를 돌려서 지적했었다.
김 대표는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뒤 더불어경제콘서트를 끝으로 1박2일간의 광주일정을 마무리했다.
광주=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더민주, 총선 개막과 함께 호남 탈환에 ‘올인’
입력 2016-03-27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