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어떡해…위생관리 엉망 가짜 보톡스 2000명분 유통

입력 2016-03-27 16:00
가짜 보톡스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구속된 홍씨가 경찰서에서 가짜 보톡스 제조 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제공

가짜 보톡스를 만들어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용자 건강에 위해가 우려된다. 경찰은 가짜 보톡스 2000여개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가짜 보톡스 3500개를 제조·유통한 혐의(부정의약품 제조 등)로 홍모(31)씨를 구속하고 김모(3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홍씨는 지난달 29일 인터넷에서 자신이 제작한 가짜 보톡스 800개를 4480만원에 판매했다. 의약품 납품회사의 영업사원인 홍씨는 전문의약품인 미백제를 용기에 담고 직접 포장지와 라벨을 위조해 보톡스라고 속여 팔았다. 사기를 의심한 피해자가 지난 11일 홍씨에게 보톡스 1200개를 더 사겠다고 제안했다. 홍씨를 유인해 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피해자가 항의하자 홍씨는 가지고 있던 전기 충격기로 피해자의 가슴을 5~6차례 충격하고 발로 피해자의 얼굴을 찼다. 홍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홍씨는 가짜 보톡스를 제조하기 위해 공장 시설까지 갖추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가짜 보톡스 2000여개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가짜 보톡스를 맞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이들은 제작 과정에서 용기를 살균 소독하지 않는 등 위생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과수와 식약처에 가짜 보톡스 성분 분석을 의뢰했지만 인체 유해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향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한 가짜 보톡스를 맞고 피부가 괴사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공장에서 인공유방 보형물과 필러, 주사기 등도 발견돼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는지 보강 조사를 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