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강 나는 파국 피했지만 총선 이후 ‘당권전쟁’ 불 보듯

입력 2016-03-27 15:50

25시간의 ‘옥새 전쟁’을 치른 새누리당은 주말 새 언제 싸웠냐는 듯 선거 모드로 전환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했고, 친박(친박근혜) 실세 최경환 의원은 “이제 친박, 비박은 없고 오직 새누리뿐”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김 대표와 친박의 불안한 동거는 선거가 끝나는 즉시 파탄날 것으로 보인다. 당권·대권을 향한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개소식에 참석해 “싸워서 이기는 건 군인들이 하는 것이고, 져주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정치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5개 지역 무공천 방침을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정치는 타협’이라는 평소 지론을 내세워 반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또 “18대 때 나를 낙천시킨 당시 ‘공천 학살’의 주범이 이재오 의원이었고, 유승민 의원도 지난 (2014년) 전당대회 때 대구 의원 6명을 모아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했었다”며 “그랬던 두 사람을 내가 살리자고 그런 일을 벌였겠느냐”고도 했다. 김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갈등을 봉합한 뒤 서울 여의도 당사 인근 식당에서 비박 재선 의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김 대표가 이번만큼은 선방했다”고 힘을 실었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 분위기는 달랐다. 한 중진 의원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분이 상당히 꺼림칙하지만 지금은 모든 역량을 선거에 투입해야 할 때”라며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 때까지는 ‘묵묵부답’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유승민 이재오 의원 입장에서도 김 대표가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라며 “유 의원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거저줍게 됐고, 이 의원은 새누리당 입당이 가로막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있어 당선될 것 같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친박 비박은 총선 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한판 결전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김 대표 임기는 오는 7월에 끝나지만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당직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6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뽑히는 당 대표는 실세형이든 관리형이든 내년 대선전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김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측근들과 정치적 근거지인 부산 지역 의원들을 지켜냈다. 친박은 이런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당권부터 잡아야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를 전후해선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된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두고 파열음이 날 수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유승민 의원이다. 한 친박 의원은 “공천 안 주면 나갔다가 당선되면 제 맘대로 들어오는 게 당이냐”고 어림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MBC 방송에 출연해 “(의석 수가 원내과반이 안 된다고 해도) 안 된다.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