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음원차트를 뒤흔드는 존재가 있다. 음원 강자들과 맞붙어도 흔들림이 없다. 하루를 지키는 것도 힘든 차트 경쟁에서 몇 주 동안 순위를 독식하기도 한다. 음원 차트의 막후 실력자,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
본격적으로 앨범을 내거나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이따금씩 음원 차트를 장악하는 존재, 바로 ‘방송’이다. KBS ‘태양의 후예’, MBC ‘무한도전’(무도), tvN ‘응답하라 1988’(응팔), 엠넷 ‘쇼 미 더 머니’ 등 인기 방송들이 지난해부터 음원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최근 주요 음원 차트를 평정하고 있는 방송은 ‘태양의 후예’다. 7곡의 삽입곡이 발표됐고, 27일 기준 5~6곡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가장 많이 재생되는 곡은 다비치의 ‘이 사랑’이다. 드라마 속 진구(서대영 역)-김지원(윤명주 역) 커플의 배경 음악으로 주로 등장하는 애절한 곡이다.
거미가 부른 ‘유 아 마이 에브리띵(You are my everything)’, 케이윌의 ‘말해? 뭐해!’, 매드클라운·김나영 ‘다시 너를’, 윤미래 ‘올웨이스(Always)’, 첸·펀치 ‘에브리타임(everytime)’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24일 공개된 린의 ‘위드 유(with you)’도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강력한 음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장범준의 새 앨범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장범준 2집에 실린 ‘사랑에 빠졌죠’ ‘그녀가 곁에 없다면’ ‘빗속으로’ 등이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런 장범준도 ‘태양의 후예’의 막강함을 언급했다.
장범준은 26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이번에 신곡 나온 거예요? 얼마 전에 보니까 1등 좍 하고 있더라고”라고 말한 박명수에게 “아니요. 1등 못했어요. ‘태양의 후예’ 때문에. 지금도 못 하고 있을 거예요”라고 했다.
이어진 박명수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거(무도) 하면 이길 수 있어.” 농담이었지만 흘려보낼 만한 말은 아니다. 무도는 실제로 음원 시장의 ‘검증된 거물’이다. 무도에 출연하면서 재조명 된 가수들의 노래가 갑자기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일이 종종 있다.
2년마다 선보이는 ‘무도 가요제’는 가요 기획사들로부터 ‘음원 시장을 교란한다’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영동고속도로가요제’는 8~9월 음원 순위를 꽉 잡았다. 무도 가요제 출연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혁오의 ‘위잉위잉’ ‘와리가리’,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등부터 8월말 공개된 가요제 출품곡까지 8~9월은 ‘무도 천하’였다. ‘신곡을 발표하려면 무도 가요제는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무도와 같은 시기 차트를 나눠 가진 음원들은 ‘쇼 미 더 머니4’에서 공개된 곡들이었다. ‘겁’(송민호), ‘거북선’(Ja Mezz, Andup, 송민호), ‘오빠차’(인크레더블·타블로·지누션) 등이 무도 가요제 곡들과 엎치락뒤치락 했다.
‘쇼 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무관하게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지난해 멜론 연간 차트 20위 안에 ‘겁’(17위)과 ‘퍼스(Puss)’(18위·‘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지민, 아이언이 부른 곡)가 포함됐다. 미디어가 다양해졌다지만 여전히 방송의 매체 파워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는 ‘응팔’이 음원 강자였다. ‘소녀’(오혁), ‘걱정말아요 그대’(이적), ‘함께’(노을), ‘혜화동(혹은 쌍문동)’(박보람)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드라마 삽입곡들은 대체로 검증된 곡들이 실린다. 실력 있는 작사·작곡가, 가창력 뛰어난 가수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드라마 삽입곡은 작품과 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제작사 마다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잘 만들어진 곡에 좋은 목소리가 입혀지다 보니 ‘믿고 들을만한 곡’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진=KBS, MBC, CJ E&M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음원차트 막후 실력자 누구?
입력 2016-03-27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