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이 이번엔 장거리포병대 명의로 ‘최후통첩’을 했다. ‘참수 작전’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 작전 등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선제타격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과거 반복됐던 ‘최후통첩’에 비해 격(格)도 낮고 내용도 허술해 충성 경쟁을 위한 ‘수사적 도발’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또 4·13 총선을 앞두고 대남기구를 동원해 새누리당 낙선 투쟁 구호를 발표하는 등 대남 선전전을 다각화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앞선 26일 인민군 장거리포병대가 “천하역적 박근혜와 그 패당은 천하무도한 만고대역죄에 대해 북과 남, 해외의 온 민족 앞에 정식 사죄해야 한다”며 남측에 최후 통첩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포병대는 “불응 시 무자비한 군사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공개사과와 공개 처형은 징벌의 선제타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최후 경고”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어 이들이 전날 남측을 겨냥한 일제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최후통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목함 지뢰 도발 당시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48시간 안에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심리전 수단을 철거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한 내 반북 시위 등에서 ‘최고 존엄’(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을 모욕했을 경우에도 보복을 운운하며 수차례 위협했다.
하지만 총참모부나 최고사령부 등 최상위 기관의 명의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무게와 내용 모두 상대적으로 가볍다. 주체가 장거리포병대로 격이 훨씬 낮은데다 다짜고짜 ‘책임자 처형 및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청와대 타격을 운운하는 건 전면전을 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 없는) ‘말 폭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북방한계선(NLL)이나 휴전선에서의 저(低)강도 무력시위 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 함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도발행위는 북한 정권을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 원수에 대한 북한의 저급한 언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남선전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은 앞선 24일 “박근혜정권 3년은 민생이 최악에 이르러 ‘자식은 눈물을, 부모는 피를 흘리는 시대’”라며 새누리당 낙선 투쟁 구호를 발표했다. 이들은 20대 총선을 “악랄한 동족대결과 파쇼독재, 민중에 전대미문의 불행과 희생을 강요하는 박근혜 패당을 매장하기 위한 심판장”이라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또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 국방위 검열단도 천안함 피격사건 6주기를 맞아 “천안함 침몰의 ‘북한 소행설’은 궤변이고 억지이며 용납 못할 주장”이라며 대변인 담화를 내는 등 대남 선전전이 격화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북한의 ‘최후통첩’
입력 2016-03-27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