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일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출장이 아니라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금형 제조업체 A사가 “직원 B씨에 대한 ‘해고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사는 2014년 11월 정규직 직원인 B씨에게 “베트남 공장으로 한 달간 해외출장을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베트남 사업장의 자재관리 등을 지도·관리하고 인력 관리, 본사 기술공유 등이 출장 이유였다.
B씨는 시어머니 환갑과 친정아버지 간병 등을 이유로 출장 일정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B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파견근로자들은 재계약이 거부되자 회사 정문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회사는 “B씨가 팀 관리자로서 파견근로자들의 집회·시위와 관련해 인력 관리를 미흡하게 했고, 개인사정을 이유로 긴급한 출장명령을 수차례 거부했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를 해고했다.
법원은 B씨의 해고 사유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외법인 지원 및 기술 습득 등 일반·추상적 사유로는 출장 명령이 정당한 업무 명령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는 B씨가 노동운동을 하는 남편에게 회사 정보를 제공해 파견근로자들의 집회·시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달간 해외 출장은 가족, 친지 등과 떨어져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돼 근로자에게 가져오는 생활상 불이익과 스트레스가 크다”며 “불과 출장 나흘 전에 통보한 건 절차적 정당성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해외출장' 날짜 바꿔달랬다고 해고? 법원 "부당 해고"
입력 2016-03-27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