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야권 적자인가” 호남 간 김종인 vs 상계동 안철수

입력 2016-03-26 21:14
지난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김종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구성찬 기자

20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26일, 야권 적자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택했다. 호남을 찾아 “특정인 욕망에 편승해 호남에서 야권의 분열을 야기하는 세력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을 정면으로 공격한 발언이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같은 날 서울 노원병 자신의 지역구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어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상기시키며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만천하에 밝혀졌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문재인 전 대표의 ‘대리사장’ 혹은 속칭 ‘핫바지’로 표현한 것이다. 야당의 호남 구애 및 정권심판론 적자 논쟁이 본격화될 신호탄이다.

먼저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다. 호남 출신인 그는 이날 전남 순천 순천대 우석홀서 열린 ‘더 드림 경제콘서트’에 참석해 “현재 호남이 마치 야당을 분열시키고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지역으로 느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의 특정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인의 욕망에 편승, 마치 새로운 정치를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분열된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남의 특정 정치인은 국민의당을 택한 천정배 박지원 의원 등을, 특정인의 욕망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대권관련 꿈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비대위 대표는 이어 “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행태가 오히려 정권교체를 방해하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이번 총선은 분열로 나타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 다가오는 대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선거 끝나면 예전 민주당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김종인이 있는 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난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김종필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구성찬 기자

천하삼분지계를 꿈꾸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예봉을 피하면서 더민주의 본질론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더민주가) 잘 화장했지만, 총선 지나면 정체가 다시 드러날 것”이라며 “정권교체도 더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안 대표는 “충성만 강요하는 데 그게 무슨 정당인가”라며 “당연히 집권여당이니 뽑아주겠지하면서 난리를 피우는데,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대 양당 구조의 한국정치 발전 지체론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문제가 풀리지 않는 근본 이유는 거대 양당 때문”이라며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교섭단체 이상으로 만들어주면 대한민국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 야권연대와 상관없이, 야권 대표주자들의 적자 경쟁 및 텃밭 민심잡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