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스, 쿠바를 달구다…"죽어도 여한이 없다"

입력 2016-03-26 14:26

영국 출신의 전설적 록밴드 롤링 스톤스가 25일(현지시간) 쿠바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개최했다. 한때 몰래 밴드의 음악을 들어야 했던 쿠바팬들은 한없이 자유를 만끽했다.

롤링스톤스는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의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경기장에서 무료 공연을 개최했다. 쿠바인과 관광객 수십만 명이 밴드를 보기 위해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웠다.

리드싱어 믹 재거(72)는 밴드의 명곡 '점핀 잭 플래시‘(Jumpin' Jack Flash)를 부르기에 앞서 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 아바나! 쿠바 여러분 즐거운 저녁입니다"라고 소리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은색 재킷에 와인색 셔츠를 입은 재거는 ‘앤지'(Angie), ‘이츠 온리 로큰롤'(It's Only Rock 'n Roll (But I Like It) 같은 밴드의 명곡을 잇달아 시원스럽게 뽑아냈다.

전 세계에 로큰롤 열풍이 불어닥친 196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낸 호아킨 오르티즈(62)는 "오늘이 지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어느새 밴드 멤버들 만큼 나이를 먹은 그는 "롤링스톤스를 보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었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카스트로 공산주의 정권의 쿠바 혁명(1959년) 이후 1980년대까지 쿠바에서는 롤링스톤스 같은 서구 록밴드의 음악은 체제 전복적으로 분류돼 라디오 방송이 금지됐다.

음악 감상 자체가 공식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서구 록밴드의 음악을 듣는 행위는 대중들 사이 지탄받을 일로 여겨졌다. 오르티즈 같은 쿠바 팬들은 음반을 돌려 들으며 몰래 밴드의 노래를 감상했다.

롤링스톤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 이틀 만인 전날 아바나에 도착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88년 만의 쿠바 방문과 서구의 전설적 록밴드의 공연이 쿠바 개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재거는 앞서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명 지난 몇 년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다"며 "시간이 모든 걸 바꿔놨다. 쿠바에 오게 돼 기쁘다. 엄청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찾은 이들 가운데는 현지인들 외에‘ 롤링스톤스의 쿠바 공연'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도 많았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폴 해럴드는 친구와 함께 요트를 타고 쿠바로 왔다.

쿠바 팬들은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모여 롤링스톤스의 등장을 기다리며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서구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공연을 보러 온 라울 포디오(22)는 "이건 역사"라며 "더 많은 밴드를 보고 싶다. 훨씬 다양한 뮤지션들이 올 거다. 이는 우리가 이전보다 덜 고립된 상태임을 의미한다"고 기뻐했다.



조익한 기자 ik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