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학대로 숨진 네살배기 딸을 암매장한 계부는 태연했다.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미안하죠"라고 짧게 답한 뒤 말없이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경찰은 26일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의 한 야산에서 '네살배기 암매장'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계부 안모(38)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수갑을 찬 채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검증은 안승아(당시 4살)양의 시신을 방치하고 삽을 구매해 야산에 주검을 암매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재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안씨는 삽으로 땅을 파고 이불에 싼 승아(인형)양 시신을 묻는 상황을 10여 분 동안 태연하게 재연했다.
말없이 범행을 재연한 뒤 "암매장한 장소가 여기가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변 환경이 변했지만, 이 산이 맞다"고 말했다.
딸에 대한 심정을 묻자 "미안하죠"라고 짧게 답했다.
경찰은 현장검증에 이어 전날 지하투과레이더(GPR) 장비로 수색한 결과 이상 반응이 나온 7곳을 굴착기로 파헤치고 있다.
1∼2차 시신 수색 당시 굴착기를 동원해 판 지점 16곳과 중복된 2∼3곳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신을 찾지 못하면 27일 기동대 등 경력을 투입해 탐지봉으로 야산을 샅샅이 수색할 계획이다.
경찰은 27일에도 승아양의 시신을 찾지 못하면 사건을 시신 없는 시체유기로 결론짓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안씨에게는 시체유기 혐의 외에 승아양 폭행과 아내 한모(36·18일 사망)씨를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를 추가할 계획이다.
친모 한씨는 아동학대로 아이를 숨지게 한 만큼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한씨가 이미 자살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승아 양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씨에게 학대당해 숨진 뒤 2011년 12월 24일 새벽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