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새의 난, 원칙버린 타협으로 결말

입력 2016-03-25 17:02

‘옥새의 난’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결국 하루 만에 물러섰다. ‘무공천 선언’을 내렸던 지역 중 대구 동갑과 달성에서 각각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을 각각 단수후보로 공천키로 했다. 서울 은평을(유재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을(이재만) 등 3곳만 무공천 지역구로 남기는 안으로 타협했다. 여기에 법원의 결정으로 출마에 제동이 걸렸던 이인선(대구 수성을)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까지 공천을 확정하면서 “김 대표와 친박 모두 원칙을 저버린 타협을 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로선 자신이 직접 설정했던 상향식 공천 원칙의 마지노선마저 사수하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계속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당 대표로서 리더십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서는 집권여당이 사실상 두 동강난 상태로 18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측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공천안을 의결했다. 친박 최고위원들 압박에 김 대표는 “(상향식 원칙을 규정한)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수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 구성에서 친박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공천과 관련된 모든 갈등은 해소됐다”고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파국을 막은 임시봉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은 지역에 대해 “김 대표가 (공천을) 안 한다고 했다”며 “절충이라 하긴 어렵지만 일단 봉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부산으로 내려갔던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상경해 당무에 복귀했다.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무공천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거듭 밝혔지만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했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마찰 구도를 의식한 듯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당헌·당규를 수호하자는 그런 차원”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앞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갖고 당 대표 권한대행을 세워 공천안을 의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의 직인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며 “(김 대표가) 조속히 당무에 복귀해서 최고위를 주재하고 공천관리위 결정 사항을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출마가 좌절된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유재길 전 은평미래연대 대표는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