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신경보와 경화시보 등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유력지들은 지난 24일 베이징 하이뎬구가 ‘1주택 6년 한 학생’ 정책을 추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일제히 실었습니다. 하이뎬구 어느 집이든 6년 동안 딱 한 명만 해당 학군의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올해 9월 신학기부터 적용됩니다.
“이런 정책이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학군이 좋은 주택을 뜻하는 쉐취팡(學區房)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베이징에서 명문학교가 몰린 둥청구, 시청구, 하이뎬구는 서울로 치면 ‘강남 8학군’입니다. 최근 시청구 원창후퉁의 11.4㎡(3.5평) 허름한 단층집이 530만 위안(약 9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떠들썩했습니다. 거칠게 계산해도 1평당 3억원이 넘습니다.
이 곳 집값이 치솟는 것은 베이징 제2 실험초등학교 때문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소학교인데 교사 중 석·박사학위 소지자만 38명입니다. 졸업생은 명문 베이징사범대 부속중학교에 쉽게 진학할 수 있죠.
중국 관영 CCTV는 ‘경제3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원창후퉁에서 1㎡에 46만 위안짜리 집이 거래됐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집이라도 좋은 학군이냐 아니냐에 따라 1㎡당 1만~1만5000 위안(약 180만~270만원) 차이가 난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베이징 중산층이 많이 사는 140㎡ 규모 아파트라면 어느 동네냐에 따라 210만 위안(약 3억8000만원)까지 값이 달라집니다.
학구방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중국 교육당국은 고민 중입니다. 그 중 유력한 안이 ‘다교(多校) 배정 학군제’입니다. 샤오취(小區)로 불리는 한 주택단지의 모든 가구 학생을 한 학교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교에 나눠 보내는 제도입니다. 큰돈을 들여 좋은 학군으로 이사해도 어느 학교에 배정받을지 모르도록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자식들을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시키겠다는 ‘맹모(孟母)’들의 의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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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교육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시 전체 소학교 학령인구는 16만575명입니다. 이 중 둥청구를 비롯해 3개구에 몰린 유명 소학교는 25곳, 학생은 5000명 남짓입니다. 32명 중 1명만이 ‘우수한’ 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지만 한국만 봐도 쉽게 풀릴 일은 아닙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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