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3각? 마이웨이 신호?...김종인 문재인 미묘한 입장차

입력 2016-03-25 16:16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당 정체성과 야권 단일화 등 현안마다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진영 표를 모두 끌어오기 위한 전략적 ‘역할분담’인지, 아니면 총선 후 양측의 ‘마이웨이’를 암시하는 신호인지 당 안팎의 해석이 엇갈린다.

당 정체성 논쟁은 25일에도 미묘하게 전개됐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 쪽으로 당이 흘러가야 한다”며 “당이 국민에 배치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전날 문 전 대표가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홍보위원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진보, 민주화운동세력, 시민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지적한 것을 우회적으로 재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것(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누가 운동권을 배제한다고 그랬나. 정체성이라는 건…이제 그만 얘기하자”고도 했다. 양측이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적잖은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김 대표는 ‘야권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당 차원의 야권연대에는 ‘지역구 나누기’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역구 단위에서 후보 간 연대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김 대표는 이날도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각 선거구에서 각자 우열이 가려질 거 아닌가”라며 “그렇게 해서 연대하는 거고,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적극적인 ‘연대주의자’다. 그는 부산, 울산, 창원 등 야권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지역에 방문하는 등 야권 연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총선 역할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경제 선거’를 강조하는 한편, 문 전 대표가 총선 전면에 나서는 것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한 비대위원은 “비례대표 파동 당시에도,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전면에 복귀하면 호남 선거는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 지난 16일 관훈토론회에서도 “광주 전남에서는 아직도 문재인 대표에 대한 의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문 전 대표께서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고 하면 그쪽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참작해서 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도 선대위에서 공식 직책은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들은 적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후보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서울에서 첫 선거지원을 했고, 이날은 강원도 원주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강원도 수도권, 충청 중심으로 유세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요청이 있었고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