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은 계속된다

입력 2016-03-25 15:52 수정 2016-03-26 16:25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4월 6~24일), 김영수의 ‘혈맥’(4월 20일~5월 15일), 함세덕의 ‘산허구리’(10월 8~30일).

국립극단이 2014년 시작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무대가 올해도 이어진다. 국립극단은 서양 고전에 비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적었던 한국 희곡을 현대에 되살려 한국 연극의 외연을 넓혀 왔다. 2014년 오영진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김광보 연출)와 2015년 김우진의 ‘이영녀'(박정희 연출)와 유치진의 ‘토막’(김철리 연출)은 시대를 거슬러 현재 관객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국립극단의 대표 기획물로 자리 잡았다.

김윤철(사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우리 스스로 늘 한국에 희곡이 없다고 말하면서 근대의 좋은 작품들을 외면해 왔다”며 “근대 희곡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고 현재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국물 있사옵니다’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세속적인 출세기로 60년대 후반 산업화 사회의 세태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1966년 발표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극작가 이근삼(1929~2003)은 당시 주류인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서사 기법과 희극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양식을 실험했다. 연출은 국립극단에서 ‘레슬링 시즌’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등 청소년극으로 주목받은 서충식이 맡았다.

‘혈맥’은 한국의 리얼리즘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극작가 김영수(1911~1977)가 1947년 발표한 작품이다. 해방 직후 서울 성북동 근처 빈민촌을 배경으로 당시 분열된 나라의 혼란상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주로 해외 번역극을 연출했던 윤광진이 오랜만에 창작극에 도전해 관심을 끈다. 2013년 예술의전당이 25주년을 맞아 ‘한국 근대 리얼리즘 명작선’의 일환으로 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해체와 재구성에 일가견이 있는 김현탁이 연출했지만 아쉽게도 원작의 맛을 살리지는 못했다.

월북 작가 함세덕(1915~1950)의 첫 희곡인 ‘산허구리’는 1936년 발표된 이후 한번도 무대에 올려지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공연된다. 함세덕은 친일과 월북 문제 때문에 그동안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를 모델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비극을 한국식으로 풀어냈다. 최근 한국 연극계의 총아인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다. 고선웅은 반(反)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연출가지만 이번엔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