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새 전쟁’이 벌어진 새누리당은 25일 내내 벌집 쑤신 듯 어수선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은 오전 8시부터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였다. 전날 원유철 원내대표를 부산에 급파해 김무성 대표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터라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 시각 김무성 대표는 부산을 출발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향했다. 친박이 노리는 당 대표 권한대행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당무 복귀’였다. 당사에 도착한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 시한까지 공천 추천서에 도장을 안 찍겠다는 김 대표와 찍으라는 친박간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 간담회엔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안대희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을 뺀 전원이 모였다. 이들은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을 ‘공천 보이콧’으로 규정했다. 일단 최고위를 소집해 5개 지역(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갑 동을 달성) 단수추천 안을 의결하고, 김 대표가 끝까지 공천장에 도장 찍기를 거부하면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밀어붙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고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권한대행 직인을 새로 만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고, 최후의 사태 땐 원 원내대표가 공천 추천서에 날인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에선 이런 절차를 밟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논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40분쯤 원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왔다. 그는 “오전11시 30분 당사에서 최고위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임시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대표가 소집한다’는 당헌·당규를 내세워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과 상의 후 회의를 소집했다.
김 대표와 친박 최고위원들이 당사 6층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됐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김 대표가 끝까지 (날인을) 거부하면 모든 법적인 책임은 대표가 져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비공개 회의가 열리는 동안 당사 6층엔 취재진은 물론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김성태 김용태 김종훈 의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회의장 바깥에서 대기했다.
당사 주변에선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은 ‘배신의 정치, 공천 갑질, 김무성 대표 사퇴하고 즉각 탈당하라’ ‘유승민 뒤를 따라 비박연대를 만드는 게 어떠한가’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이에 맞서 ‘김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30여명은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김 대표 이름을 연호했다.
권지혜 이종선 기자 jhk@kmib.co.kr
새누리당 옥새전쟁 1박2일 무슨일이?
입력 2016-03-25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