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탱고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저녁 아르헨티나 순방의 하이라이트이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빈 만찬에서 선보인 겁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익숙한 탱고 선율,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에 맞춰 스텝을 밟았습니다. 몇 번 손을 내저으며 고사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전문 탱고 댄서와 춤을 추게 되는데, 스텝이 좋습니다. 옆에 있던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는 남성 댄서와 더 멋진 탱고를 선보였습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 탱고 정상회담을 한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전임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성 대통령이었습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대통령입니다.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이신데, 지난해 10월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한 전당대회에서 록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셨습니다. 승리를 뜻하는 ‘V’자 모양의 손가락을 계속 허공에 찔러대십니다.
옆에 있는 수트와 넥타이 차림의 남성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대통령 후임으로 대권에 도전했던 다니엘 시올리 후보입니다. 페르난데즈 대통령이 연임 제한 규정에 묶여 선거에 나가지 못하자 대신 여당 후보로 나갔는데,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에게 패해 정권을 내줬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시올리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격렬한 디스코 동작에서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듯 합니다. 춤 못 추면, 이제 선거 이기기 어렵나 봅니다.
서구엔 파티 문화가 발달해 있어, 사교의 일환으로 춤을 배우게 됩니다. 정치인은 정치자금 모금파티 등에서의 모습이 중요해 적절한 댄스 실력이 필요합니다. 또 정치 풍자가 발달해 있는 미국의 경우 각종 토크쇼를 통해 대통령이 춤추기 싫어도 춤추게 만드는 코미디가 난무합니다.
‘댄싱 퀸’이 아니라 ‘댄싱 프레지던트’를 만드는 것, 역시 국민의 몫입니다. 레이저 쏘는 분 말고 국민과 유쾌하게 춤을 출 수 있는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