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65)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자신의 퇴임 사유가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프랑스장식미술전 개최를 반대하다 청와대 압박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2월 국박관장으로 임명된 김 전 관장은 지난 9일 전격 경질됐다.
2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관장은 “지난 연말 이후 청와대에 계속 들어가 전시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설명했으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전시가 무산된 뒤인 지난 9일 갑자기 상부로부터 관장이 교체됐다는 전화를 받고 바로 짐을 정리하고 박물관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프랑스 수교기념 행사들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프랑스장식미술관에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장식미술전은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추진했던 국제교류전이다.
파리 루브르 국립장식미술관과 카르티에, 루이뷔통 같은 프랑스 명품 업체 연합체인 콜베르재단이 공동 주최해 오는 5~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전 관장은 상업성이 강한 전시를 수용할 경우 계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시를 거부하다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김 전 관장의 전시 거부를 정부 정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집단항명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전 관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김영나 국박관장 경질은 청와대 압력
입력 2016-03-25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