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레바논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7차전에서 대결한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 와 스타디움. 헛심 공방 속에서 지루한 영의 행진을 벌인 후반 36분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공격수 석현준(25·FC 포르투)을 선택했다.
남은 정규시간은 9분. 미드필더 이재성(24·전북)을 빼고 석현준을 투입해 공격수를 보강한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앞서 사용한 2장의 교체 카드도 이정협(25·울산), 남태희(25·레퀴야) 등 모두 공격수였다.
석현준은 하프라인 쪽 사이드라인 밖에서 이재성을 기다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두 팀 선수들의 안전, 관중의 함성에 보답할 경기력을 축원했을 기도였다. 석현준은 이재성을 가볍게 끌어안고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무뚝뚝한 표정, 두 팔 가득 그린 문신으로 위압감을 주는 석현준의 낮은 자세와 선한 표정은 축구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SNS의 한 축구팬은 “스포트라이트가 빛나는 그라운드에서 밤하늘을 향해 두 손을 올린 뒷모습이 골 장면 다음으로 아름다웠다. 강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석현준을 투입하면서 생긴 전술의 변화는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한국은 경기 종반 레바논의 골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을 투입하고 11분 지난 후반 추가시간 2분 이정협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한국은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미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했던 한국은 7전 전승(승점 21)으로 2차 예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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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