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의 골은 3만여 관중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 청량제였다. 그때까지 서서 시커멓게 속을 태우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만세를 불렀다. 참으로 어렵게 만들어 낸 골이었다. 한국은 레바논을 꺾고 무실점 승리를 이어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1970년의 대표팀 이후 46년 만에 연속 무실점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다. 또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도 거둬 1978년(감독 함흥철)과 1989년(감독 이회택) 세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종예선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한국은 2차 예선 7전 전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27일 오후 9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태국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황의조가 출격했다. 구자철과 주장 기성용은 2선 공격에 나섰고, 좌우 날개에는 이청용과 이재성이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한국영이 낙점받았다. 포백 수비라인엔 왼쪽부터 김진수, 곽태휘, 김기희, 장현수가 섰다.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양 팀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맞섰다. FIFA 랭킹 145위의 레바논은 예상대로 수비 전술로 한국(57위)에 맞섰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뒷공간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은 서두르지 않고 주도권을 잡은 뒤 침착하게 밀어붙이는 전술로 레바논을 상대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전반 33분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한국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장현수가 흐른 볼을 잡아 페널티지역 정면에 있던 황의조에게 패스를 찔러 줬고, 황의조는 강력한 왼발 발리슛을 날렸다. 하지만 볼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한국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전반을 마쳤다. 전반 한국의 유효슈팅이 1개에 그친 것은 아쉬웠다.
후반 들어서도 레바논은 수비라인을 올리지 않았다. 이기지 못한다면 최소한 비기기라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한국은 전반보다 더 활발한 공세를 펼쳤다. 김진수 등 수비수들도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후반 19분 한국은 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구자철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정면에 있던 황의조에게 낮은 패스를 찔러 줬지만 황의조는 슈팅은 빗나갔다. 한국의 공격 전개는 좋았지만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5분 황의조를 빼고 ‘황태자’ 이정협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6분엔 석현준까지 투입하며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기다렸던 한국의 결승골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이정협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고 찔러 준 기성용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오른쪽 하단을 뚫었다.
한국은 이날 극적으로 이겼지만 최종예선에서 밀집수비를 들고 나올 팀들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안산=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이정협 결승골··· 한국, 레바논 꺾고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입력 2016-03-24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