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으키자’는 OK저축은행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문구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처음 이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는 창단 2년 만에 첫 우승을 안았다. 지난 시즌 우승이 기적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OK저축은행이 2년 연속 프로배구 남자부 정상에 우뚝 섰다. 창단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이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24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시몬의 활약을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3대 1(25-20 25-15 19-25 25-23)로 물리쳤다. 3승1패가 된 OK저축은행은 우승을 확정지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는 이날 양팀 최다인 32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견인한 시몬(쿠바)이 선정됐다.
지난해 베테랑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를 꺾고 첫 정상을 밟았던 김세진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 18연승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을 꺾으면서 V리그 최고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13년 11월 창단한 OK저축은행은 세 번째 시즌 동안 2차례나 우승하면서 프로배구 신흥명문으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7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9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현대캐피탈은 1, 2차전을 내준 뒤 3차전 승리로 대반격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경기 직전 “분위기상 오늘 지면 쉽지 않다”며 결의를 다졌던 OK저축은행 김 감독은 상대 공격의 핵 오레올을 시몬과 맞대결 시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시몬이 오레올의 강타를 유효블로킹으로 위축시키는 사이 송명근(17점)과 송희채(11점)가 펄펄 날았다. 1, 2차전에서 강서브로 재미를 봤던 OK저축은행은 이날도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서 상대 공격 범실을 유도했고, 1세트를 25-20으로 가볍게 따냈다.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이 18연승을 거둘 당시처럼 시몬, 송명근, 송희채, 박원빈 등으로 공격루트를 분산시켜 현대캐피탈 블로킹이 애를 먹었다.
2세트에서는 시몬이 초반 흐름을 완벽하게 가져왔다. 시몬의 연속 백어택으로 4-1로 리드한 OK저축은행은 시몬이 이어 박주형의 오픈공격 2개와 문성민의 백어택을 3연속 가로막으며 9-2로 크게 앞서 승기를 이어갔다. OK저축은행은 시몬과 송명근의 오픈 공격과 박원빈의 속공, 시몬의 백어택 2개 등이 코트에 꽂히며 순식간에 18-6으로 달아나 세트를 가져왔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에서 단 1점에 그쳤던 문성민이 2세트에서 6점으로 분전했지만 흐름을 되돌려 놓지못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열을 정비한 현대캐피탈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3세트 초반 오레올의 서브로 세트를 시작했고 오레올은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팀이 3-0으로 앞서는데 공헌했다. 처음 초반 리드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상대의 공격범실에 편승하며 3, 4점차의 리드를 지켜갔다. 문성민의 서브 득점이 터지면서 15-19로 뒤지자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시몬을 제외하며 4세트 승부에 대비했다.
문제는 OK저축은행의 범실이었다. 3세트에서만 무려 서브 범실 9개를 포함해 13개의 범실로 자멸한 OK저축은행은 4세트 초반 범실로 인한 열세를 딛고 송명근의 오픈 공격으로 기어코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시몬의 백어택과 오픈 공격 등으로 17-15로 앞선 OK저축은행은 신영석의 속공을 유효블로킹으로 잡아낸 뒤 송명근이 강타로 연결, 19-16 리드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오레올의 강타를 앞세워 22-23까지 추격했지만 시몬의 강타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몬은 24-22 매치포인트에서 공격범실을 범했지만 마지막 오픈 공격을 현대캐피탈 코트에 꽂아 우승을 완성시켰다.
현대캐피탈은 오레올이 18점, 문성민이 12점으로 분전했지만 강점인 블로킹에서 역으로 2-8로 뒤진게 결정타였다. 게다가 OK저축은행이 자신(20개) 보다 배가 많은 42개의 범실을 기록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시몬은 한국무대를 떠나게 됐다. 남자프로배구에도 연봉 30만 달러를 상한선으로 해 트라이아웃(공개선발제)을 실시하기 때문에 거액의 몸값을 받는 시몬의 잔류가 불가능해졌다. 세계적인 센터 출신인 시몬은 지난 시즌부터 2년간 300만 달러를 받고 OK저축은행에서 뛰었다. 센터출신답게 블로킹과 속공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그는 라이트와 후위공격도 겸하면서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특히 신생팀인 OK저축은행의 맞형으로 코트내에서 팀을 지휘했고, 어린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개인주의에 젖었던 기존 용병관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챔피언결정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위력을 떨쳤던 스피드 배구가 삐걱거리며 우승 일보 직전에서 무너졌다. 스피드배구의 핵인 오레올(쿠바)이 상대의 집중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 불안이 겹치면서 현대캐피탈은 공격의 한축이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10일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 보름간의 열전에 들어갔던 프로배구는 오는 29일 시상식을 끝으로 이번 시즌을 마감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챔프전 2연패, 시몬 'MVP'
입력 2016-03-24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