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체연료 로켓 개발 주장

입력 2016-03-24 16:35

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이 필요없어 은밀하고, 신속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정부는 북한 주장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지도 아래 대출력(고출력) 고체로켓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및 단분리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적대세력들을 무자비하게 조겨댈(때릴) 수 있는 탄도 로켓의 위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로켓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날,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우리 식대로 새로 설계제작한 발동기의 구조안정성과 추진력을 평가하고 이와 함께 열 분리체계 및 타추종체계의 동작 특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며 “실험 결과 예측값과 측정값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됐으며 모든 과학기술적 지표들에 완전히 부합된다는 것이 확증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등 위성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고체연료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주입과정 없이 미사일에 항상 저장해둘 수 있다. 따라서 발사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사전 탐지도 까다롭다. 이동식 발사대(TEL)을 이용해 기습적인 발사도 가능하다.

다만 액체연료보다 추진력이 약하며 점화된 후 제어가 쉽지 않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KN-02 계열 단거리 미사일, KN-09 300㎜ 신형 방사포 등에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커드와 노동·무수단·KN-08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에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미사일에도 고체연료가 주입될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급증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고체로켓 엔진 내부 구성도와 분사구에서 화염이 내뿜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사진 상 드러난 모니터에는 로켓 엔진 연소시간 57.4초 등의 표시가 드러나 있다. 또 고체로켓 엔진 설계도와 시험 후 화염에 그을린 ‘고출력 고체로켓 엔진 분사구’ 사진도 보도했다. 이는 최근 핵폭탄 기폭장치 추정 물체를 공개하는 등 군사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의 주장과 달리 고체연료 기술을 장거리 미사일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연이은 도발 위협을 일삼는 북한의 행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북한은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로 보인다. 이 작업이 완성되면 (미사일) 상시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할 것으로 예측해왔던 만큼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