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5개 지역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들이 공천을 받은 곳이다.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서 벗어난 단수추천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친박계는 당 대표 궐위 상태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金, 당헌·당규 샅샅이 훑은 뒤 ‘옥새 투쟁’ 행동으로=김 대표는 옥새 투쟁을 행동에 옮기기 전 당헌·당규를 수차례 검토했다고 한다. 그 결과 공천장에 당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해도 최고위원들이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고 보고 결단을 내렸다. 5개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진박 후보들은 박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깊다.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내각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박근혜 당 대표 시절 법률특보를 지냈다.
김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은 무공천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어 심야 최고위 회의에서도 동을을 포함해 본인이 의결을 보류한 4개 지역 모두 무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대표가 “당 대표 못해먹겠다”고 하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그게 할 소리냐”고 고성이 오갔던 것도 이 문제를 두고서였다. 최고위는 결론을 못 냈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보란 듯이 동을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단수추천했다. 그러자 김 대표가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의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후 지역구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습격당한 친박 ‘대표 궐위’ 만들기 고심=친박 최고위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오후 5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최고위 회의가 아니라 간담회 형식을 취한 건 회의 소집권이 김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 대표가 5개 지역 의결 거부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격노했다. 특히 이런 방침을 당적을 변경 시한이 지나 밝힌 것을 두고 부글부글 끓었다. 진박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마저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고위원 집단 사퇴 등 김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직인 날인 거부를 막을 수 있는 건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서다. 최고위 결정이 당헌·당규에 위배되거나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선 상임전국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은 최고위 결정 사안도 아니다.
당 관계자는 “대표가 사고나 해외 출장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원내대표, 최고위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지금은 대표 궐위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김무성,'옥새투쟁' 행동으로... 습격당한 친박
입력 2016-03-24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