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움직임연구소, 올해 대학로 떠나 극단 연습실에서 관객 만난다

입력 2016-03-24 16:21 수정 2016-03-24 16:36

대학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치솟는 소극장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로를 떠나는 극단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상업화에 물든 대학로를 벗어나 새로운 대안공간을 제시하고 나섰다. 바로 단원들의 땀이 배어 있는 극단 연습실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가난한 연극’ 운동의 선언인 셈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서울 성북동 경신중학교 후문에 위치한 극단 스튜디오에서 상반기 3~6월, 하반기 9~12월로 나누어 총 7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극장 돌려막기’로 이름붙인 이번 프로젝트는 공공 지원 없이 진행되며 우선 상반기에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3월 30일~4월 3일), 연극 ‘오마이내결혼’(4월 27일~5월 1일), 뮤지컬 ‘버스’(5월 25~29일, 6월 29일~7월 3일) 등 3편을 공연한다.

단원들이 생활하는 흔적까지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극단 스튜디오는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최대 60명 정도가 관람할 수 있다. 예약제로 진행되지만 티켓 판매가 아니라 관객들이 공연 관람 후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 아니라 ‘작품의 진짜 이야기'를 깊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티켓 예약은 무료 예약 서비스인 ‘네이버 예약(http://booking.naver.com/11/booking/svc/12891)’에서만 가능하다.

연출가 임도완이 이끄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활용한 완성도 높은 신체극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이첵’ ‘하녀들’ ‘카프카의 소송’ 휴먼코메디’ 등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은 해외에서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

개막작인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휴먼코메디'와 함께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대표 레퍼토리다. 뮤지컬 ‘원스’의 작가 엔다 월쉬가 쓴 작품으로 2007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2009년 처음 선보인 한국 버전은 연변에서 밀입국해 아현동 지하연립에 사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나머지 2편 가운데 ‘오마이 내결혼’은 신작이고, ‘버스’는 임도완이 연출했던 ‘기발한 자살여행’을 다시 손을 본 것이다.

임도완은 “올해 대학로를 떠나 공공지원 없이 연극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날 것이 숨쉬는 극단 연습실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02-912-3094).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