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콘서트홀 음향 설계한 도요타 야스히사 "좋은 공연장 짓고 제대로 운영안될 때 안타까워"

입력 2016-03-24 19:06 수정 2016-03-24 19:17

롯데 콘서트홀이 최근 대표 교체 등으로 우려를 사고 있지만 음향만은 한국 클래식계에 신기원을 세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로 클래식 콘서트홀에서 가장 중요한 음향을 디자인 한 인물이 세계적인 음향설계가 도요타 야스히사(64)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산토리홀, 미국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프랑스의 필하모니 드 파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콘서트홀 등 음향 좋기로 유명한 세계적 콘서트홀들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그가 관여한 클래식 콘서트홀이 무려 70여개나 될 만큼 음향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오는 8월 18일 개관을 앞두고 롯데 콘서트홀의 첫 번째 테스트 공연을 체크하러 서울에 온 그가 23일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롯데 콘서트홀은 24일 KBS교향악단을 시작으로 개관 전까지 비공개로 13번 테스트 공연을 치른다.

그는 “콘서트홀의 정식 개관 공연보다 테스트 공연을 시작할 때가 긴장되는 것 같다. 완성된 음향을 본격적으로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며 “그렇다고 음향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 콘서트홀의 음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고 밝혔다.

일본 히로시마 현 출신인 그는 음악 애호가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색소폰과 오보에 등의 악기도 수준급으로 연주한다. 그는 “프로 음악가가 되기엔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음악 가까이에서 살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대학에서 음향설계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1977년 세계적인 음향설계 회사인 ‘나가타 음향설계’에 들어간 그는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일본에서 붐을 이루던 지역 공연장 건설 붐 속에서 클래식 콘서트홀 음향 분야의 1인자가 됐다. 특히 1986년 도쿄 최초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산토리홀은 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3년 개관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맡은 이후엔 주로 미국에 거주하며 세계 곳곳의 콘서트홀 음향 설계를 의뢰받고 있다.

그는 “클래식 콘서홀의 소리가 좋다는 것은 사실 주관적인 평가지만 기본적으로 소리가 풍성하면서도 깨끗하게 들려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밸런스를 찾는 게 좋은 소리의 관건이다”면서 “콘서트홀은 천정 높이, 폭 등의 형태와 건축자재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백지 상태부터 건축가와 의논하며 음향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서트홀의 여러 형태 가운데 무대를 가운데 두고 객석이 감싸는 빈야드 스타일을 유독 선호하는 것에 대해 “2000석 안팎의 콘서트홀에서 음향이 구석구석 평등하게 들리는 게 빈야드 스타일이다. 하지만 내가 빈야드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보다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얼굴을 보며 음악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들에게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멋진 경험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 빈야드 스타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금까지 음향을 설계했던 클래식 콘서트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매우 자주 듣는 질문”이라면서 “몇 년 전 친구이기도 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에프와 마리스 얀손스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콘서트홀을 놓고 서로 내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자식 가운데 누가 가장 마음에 드냐고 반문했다. 내겐 하나같이 소중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가 최고의 음향으로 설계했던 클래식 콘서트홀들 모두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본의 지방에 위치한 콘서트홀들은 기획공연을 하지 않은 채 대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좋은 콘서트홀을 지어놓은 뒤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롯데 콘서트홀은 좋은 기획 프로그램으로 서울에서 사랑받는 곳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어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산토리홀의 경우 기획 프로그램은 좋은 편이지만 상주 오케스트라가 없는 것이 아쉽다. 도쿄에만 10여개 이상 되는 오케스트라가 모두 산토리홀을 쓰고 싶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콘서트홀에 상주 오케스트라가 있는 것이 운영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