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23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누드 사진을 보고 발끈했다.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요염한 자세로 가죽소파에 엎드린 멜라니아의 사진이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단체의 정치광고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멜라니아가 GQ 잡지를 위해 찍은 사진을 사용한 수준 낮은 광고”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멜라니아는 2005년 트럼프와 결혼하기 전까지 여러 잡지와 TV의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그중 영국 남성잡지 GQ의 2000년 1월호 표지에는 당시 30세인 멜라니아가 목걸이와 팔찌 등 장신구만 걸친 채 알몸으로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촬영 장소는 트럼프의 전용 제트기 안이었다.
이 사진은 SNS를 타고 선거를 앞둔 유타주의 몰몬교도에게 집중적으로 유포됐다. 사진에는 ‘차기 퍼스트레이디로 멜라니아를 원치 않으면 화요일(22일)에 크루즈를 지지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크루즈를 후원하는 한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이 만든 선거광고였다.
지난 22일 끝난 공화당의 유타 코커스는 크루즈의 압승으로 끝났다. 공화당 대선후보 출신이자 몰몬교도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트럼프 저지를 위해 크루즈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 사진이 보수적인 몰몬교도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유타주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몰몬교도 사이에서 안티 트럼프 정서가 확산되면서 크루즈는 69.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의원 40명을 독식했으나, 트럼프는 득표율 14.0%의 꼴찌로 추락했다.
트럼프는 유타주 패배를 네거티브 캠페인 탓으로 돌리고 보복을 암시했다.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 하지만 크루즈는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와 “인신공격을 하려면 나한테 하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이디 역시 “트럼프의 말은 근거가 없다”고 가세했다. 네거티브 선거에 후보 부인들까지 가세하며 진흙탕 싸움은 더욱 거세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아내의 누드 사진에 발끈하다… “크루즈, 네 아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
입력 2016-03-24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