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역명 개정, 서울시-강남구 책임 미루기식 핑퐁게임 조짐

입력 2016-03-24 11:02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이 서울지하철 9호선 역명 선호도 조사에서 코엑스역이 압도적으로 나왔지만 서울시에 역명개정 요청 없이 설문조사 결과만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설문에 참여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 중 76.4%가 봉은사역을 코엑스역이나 코엑스역(봉은사)으로 역명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지만 강남구청은 구민들의 요청에 별다른 의견표명도 없이 서울시에 자료만 전달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4일 “최근 서울시에 설문조사 결과만 전달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진달(進達·공문 서류를 상급관청으로 그대로 올려 보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구지명위원회 회의 때 위원들끼리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며 주민의견만 전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봉은사를 의식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는 않다”면서 “반대민원은 항상 존재하는 것 아니냐. 봉은사역명이 결정되고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주민의견을 객관적으로 받았다고 하니 서울시에 진달형식으로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 사안은 강남구의 손을 떠났으며 서울시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빠르면 4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서울시에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공문 검토 후 강남구청에 보완을 요청하겠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청에서 여론수렴 결과만 올라 와 있다”면서 “일단 내부적으로 서류를 검토한 후 보완사항이 있으면 강남구청에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역명을 바꾸는 시지명위원회는 그 이후에나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지하철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에 따르면 역명을 바꾸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 올려 자문을 받는다. 이후 서울시 교통정책과에서 방침을 결정하면 시보를 통해 고시한다.

김상호 코엑스역명추진위원장은 “지난 1년간 강남구청과 서울시는 역명과 관련해 핑퐁게임을 하듯 책임을 서로 미뤄왔다”면서 “역명 제정과정에서 봉은사의 조직적 여론조사가 있었고 글로벌 시대에 맞게 역명을 개정해달라는 지역주민의 요구가 높게 나온 만큼 역명개정 사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역명을 개정하려면 서울시 지명위원회와 교통정책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박원순 시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봉은사 미래위원장 출신인 박 시장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삼성동 주민들의 요구대로 역명을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